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가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의 국외 반출도 막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공급난과 친환경 전환 등으로 광물의 ‘몸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가 ‘자원 민족주의’를 강화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현지 외신에 따르면 전날 조코 위도도(사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한 행사에서 올해 보크사이트 원광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는 추가로 구리 원광 수출도 막겠다고 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대신 인도네시아 국내에서 광물 개발 사업을 확대해 일자리를 늘리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한 해 보크사이트 생산량(2020년 기준)은 2,300만 톤으로 세계 5위다. 또 총 12억 톤의 보크사이트가 매장돼 있어 매장량 기준으로는 6위다.
이번 조치는 광물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보크사이트를 원료로 하는 알루미늄은 맥주 캔부터 스마트폰·전기자동차까지 용도가 광범위하다. 특히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전력난으로 생산원가의 40%를 전기가 차지하는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해 연초 대비 약 35%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가 공급을 줄이면 가격이 더 뛸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4년 자국 제련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배터리의 필수 광물인 니켈 수출을 중단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또 올 초부터 역시 자국 공급을 우선하겠다며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해 이 여파로 중국에서 석탄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날 이미 물량을 실은 선박 14척 규모에 한해 석탄 수출을 허용했지만 전체적인 수출 재개 여부는 12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루후트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장관은 “석탄 수출 재개가 결정되더라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코위 정부가 자원 민족주의를 강화하며 이를 자국 정치에 이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 싱크탱크인 로위인스티튜트는 “인도네시아 내 광업 종사자가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