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불허 결정을 이르면 금주 중 낼 전망이다. EU는 양사 합병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걸 우려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사안에 정통한 세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EU 집행위원회가 이번주 안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9년 3월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뽑혀 현물출자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해외 6개 경쟁 당국에 합병 심사를 요청했다. 2019년 12월 두 기업 간 합병 심사를 개시한 EU는 이후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심사를 세 차례 일시 유예했다가 지난해 11월 22일 심사를 재개했다. 심사 기한은 오는 20일까지다.
EU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독과점을 우려해 두 기업의 합병을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 시점에서 세계 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이 60%에 육박하는 양사가 합병해 운임 가격을 올리면 덴마크 머스크 등 유럽 선사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입을 것이란 지적이다. 아시아산 LNG 운임 비용은 이미 하루 30만 달러(약 3억 5,880만원)를 넘겼다.
유럽은 현재 러시아와의 분쟁으로 LNG 육상 수입이 어렵다. EU 측 한 관계자는 “이번 거부권 행사가 LNG 가격 상승으로부터 유럽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중공업은 EU의 독과점 우려에 대해 LNG 운반선 가격을 당분간 인상하지 않고 현지 중소 선박업체들에 일부 건조기술을 전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FT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7일까지 EU가 요구한 구제 조치도 제출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앞서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EU와 한국, 일본 중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두 기업 간 병합은 물거품이 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 시장은 단순 점유율로만 지배력을 평가할 수 없고 특정 업체의 독점이 어려운 구조”라며 “조건 없는 승인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던 3개국과 마찬가지로 EU도 조건 없는 승인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