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금융시장은 불안하게 출발 중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매파로 흑화(?)했다. 원인은 미국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다. 지난 2015~2016년 100만 명에 이르던 이민자 유입은 2020년~2021년 20만 명에 불과했다. 저렴한 인력 공급이 감소한 것이다. ‘한시적’이던 인플레이션이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리면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더군다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금리 인상과는 달리 자산 축소(QT)는 적극적인 유동성 흡수를 의미한다. 따라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해 전체로 보면 연초 인플레 압력은 산업 순환과 함께 둔화되거나, 디플레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의외로 2022년은 인플레와 디플레가 공존하는 ‘바이플레이션(Biflation)’이 될 전망이다.
기업과 가계 모두 코로나19에 대한 적응이 어느 정도 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6%가 넘는 미국 인플레 압력은 공급 부족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생활방식, 즉 비대면·온라인에 대응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테크, 주택건설 투자만 크게 증가했다. 반면 나머지 산업에 대한 투자는 지난 2년간 오히려 감소했다.
투자 감소는 공급 감소를 의미한다. 그동안 투자가 부족한 광업, 소재, 운송, 자동차 관련 제품과 서비스 가격은 상승 중이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과 투자가 늘어난다. 성장 산업은 아니지만, 산업 간 순환 가능성이 높다. 올해 중반 정도면 인플레가 진정되고, 연말에는 의외로 인플레 압력이 빨리 둔화될 가능성도 예측된다.
뜨거운 미국과 달리 중국 경기는 온기가 느껴지는 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은 수출을 통해 생산기지의 역할을 되찾았다. 중국 제조업 투자 증가율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크게 넘어선다. 제조업 공급이 많다. 재고가 부족하지 않다. 충분한 재고는 생산자 물가의 정점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은 지난 2년간 기계장비와 테크 중심으로 생산과 투자가 증가했다. 전통 산업 투자(자동차, 금속, 운송 등)는 늘어나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산업 간 순환의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는 지난 7월 고점 이후 15% 하락했다. 2018년 미국 금리 인상과 연준 자산 축소가 동시에 진행됐던 국면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 코스피는 20% 하락한 바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코스피는 2,700~2,800대까지 하락할 위험이 존재한다. 그러나 올해 실적을 감안한 적정 수준(2,900~3,400선)을 감안하면, 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
성장주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미국에서도 줌 비디오(Zoom Video) 등 코로나19 수혜주들 주가가 지난해 가을 이후 약해졌다. 반면 부채비율이 낮고, 자기자본이익률(ROE)가 높은 퀄리티 스타일이 강하다. 대형가치(에너지, 소재, 건설, 자동차 등)와 중소형주에 대한 대응이 유망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