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민의 경알못’은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경제 기사를 썼지만, 여전히 ‘경제를 잘 알지 못해’ 매일매일 공부 중인 기자가 쓰는 경제 관련 콘테츠 입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이 최근 몇년새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인도태평양에서 패권을 강화하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간의 대립 구도가 팽팽히 전개되는 탓이다.
여기에 인도와 호주까지 중국 견제에 나서며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각 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인도와 호주는 다소 상반된 전략을 기반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인도는 1947년 독립 후부터 꾸준히 견지해오고 있는 비동맹주의 및 균형주의에 입각한 일종의 ‘밀당(밀고 당기기) 전략’을, 호주는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과 밀착을 한층 강화하며 대(對) 중국 압박을 강화하는 전략을 각각 채택 중이다.
우리 정부 또한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이들 국가와의 관계 진전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 주요인사들은 최근 호주와 인도를 잇따라 방문하며 이들 국가와의 협업 강화를 위한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이다.
19일 외교·통상 업계에 따르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영향력이 커진 나라는 인도다. 해당 지역에서 인도의 입지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등이 공식문서에서 채택하고 있는 ‘인도태평양’이라는 명칭에서 잘 드러난다.
인도 태평양을 중시하는 미국의 행보는 5년 전부터 본격화 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미국 트럼프 정부는 기존 아시아·태평양정책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으로 확대하는 한편, 이듬해 미국 태평양사령부(USPACOM)를 인도·태평양사령부(USINDOPACOM)로 명칭을 바꾸며 신규 지역재편 전략을 추진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들어서 인도태평양 전략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미국·인도·호주·일본 등 4개국으로 구성된 쿼드(QUAD)의 첫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쿼드를 정상들이 참여하는 안보협의체로 격상시켰다.
외교가에서는 인도의 군사력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 등과 함께 핵무기를 보유한 9개 국가 중 하나다.
인도는 또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브라질과 함께 항공모함을 보유한 9개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도는 지난해 자체 기술로 개발한 ‘비크란트호(4만톤 급)’를 취역한데 이어 2030년에는 ‘비샬호(6만5,000톤)’를 추가로 취역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인도의 해군력은 중국에 큰 위협이 된다. 실제 중국은 전세계 육상과 해상에 ‘21세기 버전의 실크로드’를 만들기 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구사 중이다. 특히 중국이 아세안 국가들을 무시한 채 남중국해 내 섬과 암초를 자국 영유권이라 주장하며 패권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군사강국 인도의 부상은 중국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인도는 또 중국이 주도해 지난 2020년 출범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빠지는 등 통상부문에서 꾸준히 독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의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을 우려해 RCEP 출범 직전 발을 빼면서 오히려 몸값이 높아졌다. 실제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RCEP 가입국들은 인도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며 인도의 RCEP 가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경우 RCEP 창설 초기 인도가 특별한 조건없이도 RCEP에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 특별문서 채택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도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경제 틀(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이라는 용어를 첫 언급하며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 ‘통상 새판짜기’ 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 직후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인도를 방문한 것 또한 이 같은 미국의 통상전략을 구체화 하기 위한 조치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인도 또한 지난 2014년 모디 정부 출범 이후 추진 중인 ‘신동방정책’을 바탕으로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호응하며 중국 견제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호주는 미국과의 밀착을 한층 강화하는 방식으로 ‘중국굴기’에 대응하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9월 미국·영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신규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미국과 영국은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호주는 프랑스 방산업체와 체결한 77조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을 파기하며 프랑스와의 관계는 다소 악화됐지만, 미국과의 관계 진전은 물론 핵추진 잠수함 확보라는 큰 선물을 받게 돼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또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 중국 견제 안보협력체인 ‘쿼드’ 가입국이자, 미국·영국·캐나다·뉴질랜드 등 5개국으로 구성된 정보 네트워크인 파이브 아이즈의 가입국이기도 하다. 오커스·쿼드·파이브아이즈에 모두 가입된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호주가 유일하다. 대 중 포위망 형성과 관련해 미국과 호주간의 이해관계가 정확하게 부합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자원부국인 호주의 이 같은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호주와의 관계 진전이 필수다. 정부는 호주 현지에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설비를 설치한 후 수전해를 통해 생산한 ‘그린수소’를 친환경 선박 등으로 국내에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호주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호주를 방문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탄소중립 및 수소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것 또한 이 같은 이유에서다.
리튬, 니켈, 희토류 등 전기차 배터리 및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품목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호주와의 관계 진전이 필요하다. 호주의 지난해 리튬과 니켈 수출액은 각각 10억호주달러(약 8,598억원), 40억호주달러(3조4,394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관련 광물 가격 급등으로 수출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에 언제든 나설 수 있는 상황에서, 호주의 몸값또한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