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설명서에 ‘자사 순정 부품’을 쓰지 않으면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표시한 현대자동차·기아(000270)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공정위는 자사 순정부품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부품과 그 외 비순정부품의 성능 등을 부당하게 표시한 현대차(005380)·기아에 경고 조치를 한다고 12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2012년 9월~2020년 6월 자신들이 제작·판매하는 그랜저, 제네시스, 카니발 등 차량의 취급설명서에 ‘차량에 최적인 자사 순정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하고,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비순정부품의 사용은 차량의 성능 저하와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등의 문구를 적었다.
순정부품 이외의 모든 부품의 품질이나 성능이 떨어지고 사용에 부적합한 것처럼 묘사한 것은 거짓·과장 표시에 해당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순정부품은 완성차를 제작할 때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부품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쓰는 순정부품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공급하고 있다. 이외 부품은 ‘비순정부품’으로 불리지만 국내외 규격 등을 충족하는 규격품,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성능·품질을 인증받은 인증대체부품도 여기에 포함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 같은 부당 표시로 소비자들의 순정부품 구매를 유도해 큰 경제적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여연대는 2019년 에어컨 필터, 전조등 등 6개 항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순정부품과 규격품이 유사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최대 5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를 보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가장 낮은 수위의 제재인 ‘경고’를 내리는 데 그쳐 ‘솜방망이 제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경고 조치의 이유로 △2000년대 초 수입산 가짜 부품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소비자에게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해당 표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다른 국내 사업자들도 유사 표시를 사용하고 있는 점 △2018년 11월 이후 출시된 신차종 취급설명서에는 해당 표시를 삭제한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팰리세이드, 스타렉스, 벨로스터 등 일부 차종의 공식 홈페이지 취급설명서에는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 표시 내용이 게시돼 있다. 이에 공정위가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시정명령을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이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공정위는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 측은 “자체 시정 과정에서 실수로 빠진 부분이 있는 듯하다”며 “빠진 부분도 조속히 시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