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에 경영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도 서로 공을 떠넘기기 급급한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24일 복지부가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제10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상정했지만 사실상 구체적인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등도 만들지 않고 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12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해 보면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 발의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기존 기금운용위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넘기는 것에 대해 국민연금은 복지부가, 복지부는 국민연금이 추후 상세 지침 등을 정할 것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 측에서는 복지부에서 주도로 요건·절차 등을 규정하는 별도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복지부는 실무적인 부분들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 측에서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신 복지부는 기금운용위를 통해 관련 협의 과정에만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모두 주주대표소송과 관련한 문제가 과하게 해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와 수탁위 양측에서 주주대표소송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지만 해당 내용을 수탁위로 일원화시켰을 뿐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에서 기업가치 훼손 등이 발생한 경우 국민연금은 이를 야기한 대주주·경영진 등에 주주로서 소송을 걸거나 다른 주주의 요청을 받아들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그간 소송 실행 여부는 기금운용위 의결 사항이었다.
우선 양측 모두 기업들이 우려하는 수탁위의 ‘기금운용위원회 패싱’에 대해서도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수탁위가 소송 제기만 결정하고 실제 소송 진행과 결과에 따른 후폭풍은 기금운용본부가 떠안게 되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관련한 최고 정책 결정기구”라며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소송과 관련해서는 안건을 기금운용위원회에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송 남발 우려에 대해서도 비용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너무 앞선 우려라고 주장했다. 추후 방침 등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먼저 기업들과의 논의를 통해 오해를 풀겠다”면서 “기금운용위원회에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들이 있는 만큼 (충분히 논의해) 경영계에서 우려하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