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기준 취업자 수가 코로나19 이전 고점을 뛰어넘었다며 정부가 자화자찬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급감했던 기저효과가 만들어낸 ‘신기루’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12일 통계청의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취업자 수는 2,729만 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7만 3,000명 늘어났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고점(2,433만 9,000명) 대비 100.2%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12월 전월 대비 취업자 수가 코로나19 위기 이전 고점 취업자 수를 넘어섰다”며 “전년 동월 대비로는 2021년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주요 선진국과 비교 시 고용 충격이 작은 편이었으며 캐나다·네덜란드 등에 이어 위기 이전 수준을 빠르게 회복한 국가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 보면 정부의 주장대로 코로나19 이전으로 고용이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경제의 허리라 할 수 있는 3040의 취업자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12월과 지난달을 비교하면 전체 취업자 수는 14만 4,000명 늘어났다. 하지만 해당 기간 30대 취업자는 25만 8,000명, 40대 취업자는 17만 명 줄어들었다. 감소한 취업자 수는 모두 60대 이상에서 늘어났다.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53만 9,000명 늘어났다. 이 같은 노인 취업자 수 급증에는 정부에서 마련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 면에서도 불균형한 고용 회복이 나타났다.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간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에서 취업자 수가 52만 4,000명 감소했다. 양질의 일자리로 일컬어지는 제조업에서도 7만 3,000명이 줄었다. 대신 사업, 개인·공공 서비스에서 34만 명, 전기·운수·통신·금융 등에서 24만 8,000명이 늘어났다.
지난달 기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135만 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 3,000명 늘어나 37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다만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와 그에 따른 경기 개선을 기대하며 고용원을 새로 채용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시금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경기가 얼어붙은 만큼 이들이 고용원을 계속 유지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19년 12월과 비교하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8만 5,000명 줄어들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11만 1,000명이나 늘어났다. 상세 지표를 보면 고용 상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하기에는 여전히 처참한 상황임음을 알 수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77만 3,000명’이라는 급격한 증가 또한 기저효과가 만든 신기루에 가깝다. 2020년 12월 취업자 수의 경우 2,483만 2,000명으로 전년 동월(2,715만 4,000명) 대비 62만 8,000명 감소했다. 홍 부총리가 말한 지난해 중 가장 큰 폭 증가는 이에 힘입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인 일자리와 같이 이번 정권에서 만들어낸 ‘일자리를 위한 일자리’가 양적 회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일자리는 사실상 일회성 등에 그치는 만큼 양질의 일자리라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치로는 고용이 회복됐다지만 지금 분위기를 보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며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의 경우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