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주주대표소송, 8년 지났지만 판결 안나…"주주가 기업 피멍 키워"

대우건설·동국제강 등 장기소송에
회사는 부담…정작 배상액은 미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020년 10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제9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시작 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당시 약속한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을 실행하라며 시위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에 대한 첫 주주대표소송을 예고했지만 벌써부터 소송전을 통한 실익은 거의 없고 기업들만 장기간 피멍이 들며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경제가 과거 대표적인 주주대표소송들의 내용과 결과를 따져본 결과 소송전이 8년째에 접어들어도 결론은 미지수여서 소(訴)를 제기한 주주가 회사의 어려움만 가중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민연금 및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주주대표소송 제기 요건으로 승소 가능성과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기로 했다. 이미 시행 중인 국민연금의 손해배상소송 제기 기준이 ‘손해액 10억 원 이상’임을 고려하면 주주대표소송은 이보다 높은 배상액을 책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손해배상소송은 고가에 주식을 산 뒤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본 일부 주주를 대상으로 하지만 주주대표소송은 이사의 감독 의무 소홀로 인한 전체 주주의 광범위한 피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사례를 들여다보면 주주대표소송은 기업과 경영자를 장기간 옥좼지만 막상 주주에게 돌아오는 배상액은 미정이거나 미미한 수준이다. 경제개혁연대 등 소액주주들은 지난 2014년 대우건설이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등으로 282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되자 박삼구 전 회장 등 사내외 이사 10명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으나 배상액이 지난해 2심에서 과징금의 2.4%에 불과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법원은 대우건설의 담합이 판명된 4대강 사업, 인천지하철 공사, 영주댐 공사를 합쳐 10명의 당시 이사들에게 총 6억 8,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했지만 최종 판결은 최소 1년 이상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의 주주대표소송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종 배상이 결정되더라도 전직 이사들이 실제 배상을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에 회사와 직원들은 10년 동안 짓눌려 살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2014년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된 동국제강 역시 결과는 안갯속이다. 지난해 대법원은 동국제강 장세주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소액주주가 낸 소송에서 1·2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진 담합을 방지하기 위해 대표이사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살펴보고 판단하라”는 취지여서 배상액이 얼마나 책정될지 알 수 없이 1년가량 또 회사는 불확실성에 시달리게 됐다.


이 같은 사례들을 정부나 국민연금도 잘 알고 있어 실제 연금의 주주대표소송 제기는 쉽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금운용위의 한 관계자는 “승소 가능성을 기준으로 제기하기 때문에 실제 사례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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