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형평성 잃은 소상공인 지원…이러다 60조 추경할판

업종 등 따지지않고 묻지마 지급
대선 후에도 '선보상' 이어지면
올 최소 60조 예산 더 필요할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춘천을 방문해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는 소상공인 지원 대책들이 정책적 합리성과 형평성을 잃어가고 있다. 그동안 세웠던 기준과 원칙이 모두 무너지면서 사실상 매표(買票)를 위한 선심성 ‘돈 뿌리기’ 대책으로 전락했다. 일각에서는 무차별 지원과 선보상 시스템이 대선 이후에도 이어진다면 올해 최소 60조 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16일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당정은 17일 비공개 추가경정예산 당정 협의를 갖고 구체적인 추경 규모와 국회 제출 시기 등을 조율하기로 했다. 기재부가 14조 원 규모라고 밝혔지만 명확한 내용은 당정 협의 후 결정된다. 이번 추경의 핵심은 매출이 줄어든 약 320만 명 소상공인에게 지급하는 300만 원의 지원금이다. 이 지원금 예산만 10조 원에 이른다. 구체적 지급 대상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연말 발표한 100만 원 지원금이 11~12월 매출 감소 소상공인에게 지급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지원금은 1~2월 매출 감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뿌려질 가능성이 크다. 업종이나 영업 제한 적용 여부 등은 일절 따지지 않고 매출이 1원이라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지원금을 일괄 지급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이런 방식의 장점은 행정 절차가 간소해져 지원금 지급 시기가 빨라지고 그동안 매출 감소분이 크지 않아 변변한 지원을 받지 못했던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예산실 출신의 한 관료는 “추경을 짤 때는 경기 부양 효과까지 꼼꼼히 분석해 최대한 정교하게 짜는 게 재정 당국의 소임인데 이번 추경은 ‘빠르게 더 많이 돈을 풀자’ 외에는 어떤 원칙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지금까지 총 여섯 번의 추경을 편성해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면서 나름의 원칙을 세워왔다. 지원 대상이 영업 제한 업종인지, 매출 감소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 최대한 형평성 원칙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금을 지급해왔다. 지원금이 너무 야박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전 세계 최초로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 보상을 법적으로 명문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이 임박하면서 정부가 내세웠던 최소한의 합리성 원칙은 무너졌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손실 보상 역시 분기별로 일단 250만 원을 선(先)보상한 뒤 차후 정산하는 시스템으로 변경됐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대선 이후에도 분기당 선보상을 최소 2조 8,000억 원 지급하고 ‘묻지 마’ 지원 예산 10조 원을 분기마다 푼다면 연말까지 60조 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상공인 지원은 대선 이후에 지급 대상과 규모 등을 차분히 따져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 할 것 없이 더 많은 추경을 요구하는 가운데 지급 시기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늦어도 다음 달 3일 임시국회를 열고 14일 전후로 추경안을 통과시키는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오는 2월 15일 시작되는 만큼 추경 심사에 매진할 여력이 없다는 논리다. 선거운동 전 추경이 처리돼야 ‘표심’에 반영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물론 ‘선거 전 지급은 매표용 돈 풀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취약 계층에 대해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을 주장해온 만큼 ‘송곳 심사’ 논리로 맞서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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