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 놓칠라..' 여당, 참회의 108배 vs 야당은 정청래 실언 성토

정청래 "문화재 관람료는 통행세"··봉이 김선달 비유에 불교계 반발
불심 사로잡기에 나선 야권..안철수 "여당 의원 망언은 유감스러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후원회장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윤호중 원내대표 등이 1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대웅전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권욱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7일 대한불교조계종 지도부를 예방해 정청래 의원의 국정감사장 발언에 대해 거듭 고개를 숙이며 108배를 올렸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윤호중 원내대표와 이원욱 국회정각회장, 김영배 전통문화 발전 특별위원장, 서영교 특위 위원, 김영진 사무총장, 정청래 의원 등 의원 36명은 이날 서울 중구 조계사를 방문해 108배를 하고, 참회의 뜻을 담은 발원문을 낭독했다. 이후 정 전 총리와 윤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 등과 만나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해인사 '문화재구역입장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전통사찰을 '봉이 김선달'이라고 표현해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이후 정 의원에 이어 이재명 대선후보와 민주당 지도부도 사과의 뜻을 표명했지만 조계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계종 종교편향 불교왜곡 범대책위원회는 오는 21일 전국승례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불교계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진 데 대해서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108배를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저까지 조계사 방문을 허락해주신 총무원장 스님과 여러 스님들께 감사드린다"며 "불교계 발전을 위해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불이'와 '화쟁' 사상으로 앞으로 불교계와 의원님들 간 많은 소통과 화합이 이뤄져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데 큰 밑거름 됐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조계종은 이 자리에서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기획실장 법원 스님은 "2020년 2월 6일부터 선제적 방역지침에 따랐고 정권 안정 등 여러 부분을 도와주려고 했던 선의의 마음이 배신당했다는 상실감과 박탈감에 불씨가 붙어 이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108배를 마친 뒤 "문화재 관람료 논란은 박정희 정권 당시 조계종의 막대한 사찰 부지를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으로 편입해 국가재산인 것처럼 활용한 뒤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아 비롯된 문제"라며 "이를 관련법 개정과 행정감사로 바로잡아야 할 주체가 바로 국회의원인데, 이를 망각하고 동료 의원이 부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불교계에서는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에서 축복 미사를 올리고 교황청을 두 차례 방문하는 등 가톨릭 편향 행보를 보여 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쌓여 온 불만이 정 의원 발언을 계기로 터져나왔다는 지적이다.


야당 후보들은 여권에 냉랭한 불심을 사로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날 나란히 서울 중구 호텔신라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5기 출범식에 참석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불교의)가르침을 잘 새겨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국민통합의 정치를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정부 여당은 (불교계)관련 예산 삭감으로 답하고 여당 의원의 망언까지 있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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