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30호로 허가 받은 HK이노엔(195940)의 항궤양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지난해 누계 기준 1,000억 원이 넘는 처방실적을 올렸다. 2019년 3월 발매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며 역대 국산 신약 가운데 최단 기간 내 블록버스터로 등극했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의 지난해 원외처방실적 1,096억원으로 전년 761억 원 대비 43.9% 증가했다고 17일 밝혔다. 원외처방이란 약국에서 판매된 전문의약품의 매출을 말한다. 병원 입원 환자에게 처방되는 의약품을 제외한 처방의약품 실적이다. 이로써 케이캡은 전체 9,500억 원 규모(2020년 기준)를 형성하는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케이캡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라 불리는 새로운 계열의 항궤양제다. 위벽세포에서 산분비 최종 단계에 위치하는 양성자펌프와 칼륨이온을 경쟁적으로 결합시켜 위산분비를 저해한다. HK이노엔의 전신인 CJ헬스케어는 지난 2010년 일본의 연구개발벤처 라퀄리아로부터 초기 물질을 도입했다. 2018년 7월 국산 신약 30호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항궤양제 개발에 착수해 상업화에 성공하기까지 약 8년이 걸린 셈이다. HK이노엔은 이듬해 3월 종근당과 손잡고 케이캡 판매를 시작했다. 발매 3년차 만에 처방실적 1,000억 원을 넘어서며 역대 출시된 국산 신약 중 최단 기간 내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등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 중 단일 품목으로만 연 처방액 1,000억 원을 넘긴 것은 케이캡이 처음이다.
발매 당시 위식도 역류질환에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던 케이캡은 작년 말부터 위궤양 치료 용도로도 급여가 확대되면서 성장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다만 대웅제약(069620)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가 연내 시장 발매를 예고한 점은 변수로 지목된다. 작년 말 식약처로부터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한 적응증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펙수클루는 케이캡과 작용기전이 동일하다. 상업화에 앞서 미국과 중국, 중동, 중남미 등에 약 1조1,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대웅(003090)제약이 과거 H2 저해제 계열 항궤양제 ‘알비스’ 등을 판매하며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강력한 영업력을 구축해 놨다는 점도 HK이노엔 입장에선 긴장감을 더하는 요소라고 평가된다.
HK이노엔은 올해 상반기 중 기존 정제(알약)에 이어 입에서 녹여 먹는 제형인 구강붕해정을 새롭게 발매하며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확보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의 임상3상 결과를 토대로 연내 적응증 추가도 목표하고 있다.
HK이노엔 곽달원 대표는 "케이캡의 최단 기간 1,000억 원 달성은 무엇보다 의약계와 환자들로부터 제품의 안전성과 효용성을 인정받았단 측면에서 굉장히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적응증 확대 연구, 차별화 임상, 다양한 제형 개발 등을 통해 블록버스터 신약 케이캡의 시장 지위를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