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원화 유독 약세인 이유는 높은 원자재·對中 의존도”

지난해 달러 6.3% 오를 때 원화 8.2% 상승
원자재 가격 오르면서 경제 부정적 영향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 원화 충격 집중

17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정상화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난 가운데 원화는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약세를 보였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가 국제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크게 받고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은 등 대외 리스크 요인으로 원화 약세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거주자를 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 등장도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은 경제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 원인 분석’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은 외화자금 수급 상황과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달러 인덱스나 주요 신흥국 대미 환율에 비해 상승하는 등 여타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 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8.2%로 달러 인덱스(6.3%)나 신흥국의 대미 환율(2.7%) 등보다 높다. 최근 글로벌 경기 상황과 유사하게 미국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기대나 중국 경기 부진 등이 강달러 요인으로 작용했던 2012년 12월~2013년 7월과 비교했을 때도 원화 절하폭이 확대됐다.


한은은 먼저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이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과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했고 이로 인해 미 연준의 정책기조 전환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난 것으로 파악했다. 여기에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교역조건, 경상수지 악화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기타 통화 대비로도 약세가 나타났다.


높은 대중 교역의존도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 교역의존도는 24.6%로 동남아 5개국(17.2%)이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내 신흥국(13.3%) 등보다 높다. 지난해 중반 이후 중국 부동산개발 기업인 헝다그룹의 디폴트 가능성 등으로 중국 실물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면서 원화가 신흥국 환율에 비해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영향을 크게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식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비중이 축소되면서 투자자금이 유출돼 원화 절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 투자 등도 주식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됐다. 또 환율 상승 기대에 따른 선물환 헤지 및 투자기수요 증가가 자기실현적 환율상승 매케니즘을 통해 원화 절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원화 환율이 여러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미국의 인플레이션, 국제 원자재 가격, 중국 경제, 투자자금 이동,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따른 국내 기업 실적 변화 등 관련 대외 리스크 동향을 상시 점검하고 글로벌 자금흐름 및 외환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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