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이끌어온 김지형(사진) 위원장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준법위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준법경영을 향한 이 부회장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열린 준법위 송별회에서 이 부회장을 만났다”며 “(이 부회장에게) 저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었으면 이해해 달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그 자리에서 “김 위원장께서 (준법경영 시스템 마련에) 고생하셨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제가 느끼기에 이 부회장은 그룹 차원의 준법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있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준법위원장으로서 마지막 행사를 진행한 김 위원장은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으며, 준법위 참여를 고민했지만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서 좋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김지형 “준법위로 힘든 부분, 이해해달라”…이재용 “고생하셨다”
대법관 출신이자 노동법 분야 권위자인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대법관에 임명되면서 김영란 전 대법관 등과 함께 ‘독수리 오형제’라 불리기도 했던 진보 성향 법조인이다. 준법위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 내부 준법 감시제도를 구축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 계기가 돼 만들어진 독립적 기구다.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의 요청으로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재임하는 기간에 삼성그룹은 준법경영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선언을 통해 무노조 경영방침을 폐기하고,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들은 노동조합 관계자나 시민단체 활동가 등과 만나 기업이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법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준법위는 다음 달 이찬희 신임 위원장을 맞이하며 2기 체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찬희 신임 준법위원장은 이날 “준법위가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우리 사회의 여러 기업에 준법 경영의 모델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준법위는 총수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실효적인 준법 감시 선례를 만들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차원 준법감시 필요…“준법위, 삼성을 정치로부터 해방시켜라”
한편 이날 준법위 주최로 열린 ‘대기업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현황과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는 현행 대기업 준법 감시 체계가 지닌 한계와 대안 마련에 대해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법이나 공정거래법은 개별 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그룹 차원의 준법 감시 이슈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그룹 총수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준법 감시가 실효적으로 이뤄져야만 준법 경영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HDC그룹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건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주식먹튀’ 사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멸공 발언 등을 언급하며 그룹 등 기업집단에 대한 준법감시는 단순한 법 준수 차원을 뛰어넘는다고 지적하며, “준법위 2기의 후속 과제는 지배구조 개선에 있으며 삼성그룹을 ‘정치’로부터 일정 부분 해방시키는 역할을 짊어질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강성부 KGCI 대표는 “기업은 투자자들과의 투명한 소통이 중요하다”며 “회사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비밀 정보가 아닌 이상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와의 적극적인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강 대표는 “사내 규정 준수와 준법을 넘어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될 준법감시 조직의 전문성 및 이해관계자 소통 강화가 긴요하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