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단체가 20일 보건복지부와 만나 국민연금 주주 대표소송의 부당성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상장사협의회 등 5개 경제 단체 부회장단은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과 간담회를 갖고 국민연금 주주 대표소송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이번 만남은 지난주 복지부가 경제 단체들에 요청하면서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이 과거 담합 등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관련 사실관계를 묻는 서한을 20여 개 기업에 발송해 논란이 불거진 직후다. ★본지 1월 12일자 1·3면 참조
재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국민연금 주주 대표소송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국민연금 주주 대표소송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이 다음 달 중 주주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소송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관리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아닌 근로자, 지역 가입자, 사용자가 각 3인씩 추천해 구성된 수탁위가 소송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셈이다. 주주 대표소송은 상장사의 경우 회사 전체 주식의 0.01% 이상, 일반 법인은 1% 이상만 갖고 있어도 가능하다. 재계에서는 소송 남발로 경영 활동의 위축이 우려될 뿐 아니라 기업 벌주기식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소송의 대상자인 이사가 해당 기업에 손해배상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금이 늘어나지도 않고 아무런 실익이 없다”며 “기업인들이 손해배상 피소에 대한 우려로 과감한 의사 결정을 꺼리게 되는 부작용만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복지부는 기업들의 입장을 외면하고 있다. 복지부는 전날 배포한 자료에서 “수탁위가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임을 받아 (대표소송 제기 여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일관된 의사 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기금 자산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회사를 대신해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입장이 비합리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수탁위에 소송의 칼자루를 쥐어줄 경우 시민·노동단체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 금융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본부와 달리 수탁위는 절반 가까이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참여연대 추천으로 채워지게 된다. 소송 제기가 안정적인 기금 운용보다 ‘기업 길들이기’를 위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식적으로는 수탁위에서 결정하겠으나 사실상 정부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구조로 정부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수탁위가 짧은 시간 내 소송이 가져올 파급 효과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