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치솟자 차익매물 급증…돈 빠지는 원자재펀드

올들어 연일 고공행진 16% 이상↑
한달 629억·6개월새 2,006억 유출


국제 유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으로 올 들어 약 16% 이상 급등하며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공 행진을 보이고 있다. 구리·철광석·리튬 등 원자재 가격 역시 폭등하며 이에 투자하는 상품들의 수익률을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펀드에서는 커진 변동성과 차익 실현 욕구가 겹치면서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원자재 펀드, ETF 47개는 한 달 새 629억 원이 빠져나갔다. 6개월 동안 2,006억 원, 1년간 6,516억 원이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들어 원자재 시장은 수요 증가와 달러 약세, 물가 상승이 맞물리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1.79% 오른 배럴당 86.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돼 탄소 중립으로 전환을 꾀하며 전통 에너지가 공급 부족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국제 알루미늄 가격은 톤당 3,036달러까지 올랐고, 니켈 역시 지난 주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원자재 가격 폭등이 이어졌다.


덕분에 해당 자원에 투자하는 상품들의 수익률이 강세를 보였다. ‘TIGER원유선물ETF’와 ‘KODEXWTI원유선물’는 1개월 수익률이 17.73%, 18.2%, 1년 수익률이 69.38%, 69.52%를 기록했다. 삼성WTI원유1펀드 역시 한 달 수익률과 1년 수익률이 19.13%, 73.97%를 나타내며 시장 성과 대비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불안정한 정세에 투자자들은 유가와 원자재 펀드 환매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원자재 가격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금이 몰려 있던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섰고, 변동성이 커지며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자재 상품 중 설정액이 100억 원 미만인 상품들은 20개로 늘었고, 설정액이 약 50억 원 미만인 ‘소규모 펀드’의 비중도 29.8%에 달했다. KODEXWTI원유선물과 TIGER원유선물은 우수한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한 달 새 311억 원, 53억 원이 빠져나갔다. 또 삼성WTI원유1펀드는 패밀리 펀드 기준 1년간 405억 원이 유출됐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석유 시장뿐 아니라 천연가스 등에서도 가격 상향 압력을 확대했다”며 “1분기까지 전 세계 석유 수급상 ‘공급 부족’ 전망이 유효함과 동시에 아연·니켈 등의 재고 부족이 가격 상승세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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