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당시 말의 발에 와이어를 달아 강제로 넘어뜨리는 등 동물 학대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해당 말이 촬영 이후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KBS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20일 KBS는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사과드린다. 사고는 지난해 11월 2일,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김영철 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발생했다"고 공식입장을 냈다.
KBS는 "낙마 장면 촬영은 매우 어려운 촬영"이라며 "이 때문에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 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KBS는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 또한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태종 이방원' 촬영장의 동물 학대 논란은 이날 동물자유연대가 언론에 자료를 배포하면서부터 공식화됐다. 동물자유연대가 문제를 제기한 촬영 현장이 담긴 영상에서는 뒷다리에 줄이 묶인 채로 달리던 말이 일정 지점에 다다르자,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이 담겼다. 말에 타고 있던 배우도 바닥에 떨어지며 심한 충격을 받는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는 "촬영 직후 그 누구도 말의 상태를 확인하는 이는 없었다"며 "몸체가 뒤집히며 땅에 쳐박힌 말은 한참 동안 홀로 쓰러져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뒤 말의 상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말을 강제로 쓰러뜨린 장면은 명백한 동물학대이고,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촬영 현장에서의 동물학대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공영방송인 KBS에서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부끄러운 행태"라면서 "KBS 윤리 강령에 방송 촬영 시 동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 규정을 마련하고, 동물이 등장하는 방송을 촬영할 때에는 반드시 동물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