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핵·ICBM 협박하는데 경고 한마디 못하는 정부

새해 들어 네 차례의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한 북한이 급기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시사하며 협박하고 나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미국에 대해 주동적으로 취했던 신뢰 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2018년 4월 밝힌 핵실험과 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입장을 철회하고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북한의 모라토리엄은 비핵화 의지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남북 정상 판문점선언과 미북 싱가포르 공동성명도 가능했다. 이번 파기 예고는 북한이 애초부터 비핵화 의지가 없었음을 자백한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모라토리엄을 ‘선제적 선의 조치’라며 대북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를 요구해왔다. 김정은 정권은 그러나 핵·미사일 고도화를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미사일을 30여 회 발사했다.


미국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를 ‘공격(attack)’으로 규정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8일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 강화하겠다”며 “그들의 공격은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규탄’ ‘도발’이라는 말을 쓰지 못한 채 ‘우려’ ‘유감’ 타령만 하고 있다. “깊은 유감”→“강한 유감”→“매우 유감” 등 ‘유감 시리즈’만 반복하고 있다. ‘평화 쇼’에 매달려 북한 눈치만 보면 김정은 정권의 오판을 부르고 한국 외교의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환상을 버리고 단호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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