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할 빚내 짜낸 추경...여야 "두배로 늘려라“[뒷북경제]

여 "국가 부채 걱정에 언 발 오줌누기"
야 "세출 구조조정 통해 35조" 외치지만...추가 빚 불가피
적자국채 발행에 국고채 금리 급등 우려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코로나19 방역지원금 300만 원을 지급하는 14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차기 정부 재원으로 35조 원을 마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날 정부가 마련한 추경안의 재원 8할이 나라 빚으로 마련됩니다. 마땅한 수입 없이 돈을 더 푸는 게 재정 운용원칙에도 맞지 않고, 물가와 금리 인상을 부추겨 되레 서민 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어 이 후보의 요구에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국가부채 걱정으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처방만 반복해선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좀 더 공격적인 재정 확대가 절실하다”며 곳간 지기의 ‘인색함’을 재차 타박하고 나섰습니다.


22일 정부의 추경안을 보면, 추경에 소요되는 14조 원 중 11조 3,000억 원은 적자 국채를 발행해 조달합니다. 적자 국채는 정부 세입이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을 발행해 정부 부채를 늘리는 것이다.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통해 동원하는 금액은 2조 7,000억 원입니다.


재원의 8할을 빚을 내 마련하기로 하면서 나라 살림은 보다 빠르게 악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을 편성할 때 국가 채무가 전년 본예산보다 108조 4,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이번 추경으로 119조 7,000억 원 증가하게 됐습니다. 맞물려 올해 말 전체 국가 채무는 1,064조 4,000억 원에서 1,075조 7,000억 원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50.1%로 오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36%였던 국가 채무 비율이 50%를 넘어서게 됐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10조 원 규모의 초과 세수를 활용하면 된다”지만, 초과세수 만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초과 세수의 40%(약 4조 원)는 지방교부금 등으로 내려보내야 해 어쩔 수 없이 빚을 더 내야 합니다.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14조 원 이상의 추경을 주문하고 있어 국회 심의 이후 추경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 후보를 중심으로한 여당 뿐 아니라 야당 역시 32조~35조 원 규모의 추경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야당 측은 적자국채 발행 대신 “세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세출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당초 편성해 놓은 예산 사업 중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발라내야 합니다. 하지만 올해 마련한 주요 사업이 첫 삽을 뜨기도 전인 1월에 사업 성과를 논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를테면 문화재 발굴 사업이 성과가 있을지를 가늠하기 위해 일단 땅이라도 파봐야 견적이 나올 것 아닌가”라면서 “아직 사업 예산이 집행도 안 됐는데 저성과 사업을 찾아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습니다. 야당이 ‘세출 구조조정’을 말하지만 추경 규모를 늘리려면 나라 빚에 기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나랏 빚을 전에 없이 늘리겠다면서도 여야 어느 쪽도 후폭풍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당장 국채 시장 급등부터 우려됩니다. 시중에 국채 물량이 늘어나면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국채 금리는 오릅니다. 국채 금리가 뛰면 은행채와 회사채 금리가 모두 영향을 받고 연쇄적으로 대출 금리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채권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서 딜러들한테 ‘나중에 인센티브를 줄 테니 사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시장 반응이 전과 같지 않다”면서 “찍어낸 국채가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으면 후폭풍이 클 텐데 누구도 대책을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추경이 인위적인 물가 상승을 일으킬 수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서민 살림살이를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추경안이 되레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겁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책정한 14조 원의 추경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대부분 소상공인 대상 이전지출이라 물가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추경 규모가 더 늘어나 시중 유동성을 늘린다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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