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국민들을 향한 사과와 새로운 정치의 각오를 담겠다며 ‘큰절’을 했습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앞으로 더 잘하겠다, 잘할 뿐 아니라 우리가 많이 부족했다’ 이런 사과의 말씀을 겸해서 인사드릴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마침 신년이고, 세배를 겸해, 사과의 뜻을 겸해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정치로 보답드리겠다’는 각오를 표현할까 한다” 말한 뒤 공약 발표 패널들을 치우고 의원들과 함께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올렸습니다. ‘맨바닥 큰절’.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지난해 11월 24일에도 사과의 큰절이 있었습니다. 두달여 만에 다시 사과의 큰절을 한 겁니다. 당시 민생·개혁 입법추진 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서 지금까지 우리의 민첩하지 못함, 국민의 아픈 마음을 더 예민하게 책임지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사과 드린다”며 큰 절을 올렸습니다.
이 보다 이틀 전인 선대위회의에선 “새로운 출발은 성찰과 철저한 반성에서 시작한다. 저와 민주당은 따끔한 회초리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는 일자리 등 청년 문제를 언급하면서 ‘사과’라는 단어를 4번이나 거론했습니다. 이후 이 후보의 사과와 사죄는 수시로 이뤄졌습니다.
부동산 문제로만 좁혀봐도 이 후보의 사과는 하루가 멀다하고 이뤄졌습니다. 과거 녹취록과 관련해서라든가, 자녀 도박문제나 변론문제 등에 대해서도 사과를 했지만 한 눈에 봐도 부동산 사과가 특별하게 많습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에 직격탄을 맞은 수도권 민심에 호소하는 것인데 좀처럼 민심이 돌아서지 않습니다.
전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지난 21~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 대상조사)에서 이 후보는 33.8%를 기록했습니다. 43.8%를 기록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비교해 10%포인트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수도권 민심이반이 회복될 기미가 안보이는 상태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서울지역 지지율은 이 후보 37.3%, 윤 후보 41.2%로 3.9%포인트 였지만 이번조사에서 이 후보 34.1%, 윤 후보 44.5%로 격차는 10.4%포인트로 더 벌어졌습니다. 윤 후보에 비해 이 후보가 앞서있던 인천·경기 지역 역시 이번조사에선 이 후보 33.4%, 윤 후보 42.2%로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내주고는 이번 대선이 어렵다는 절박함은 당 안팎에서 감지됩니다. 실제 서울은 최근 굵직한 선거에서 연이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서울 득표율 42.3%(홍준표 후보 20.8%·안철수 후보 22.7%)를 기록했고,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서울 국회의원 49석 중 각각 41석(2020년), 35석(2016년)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지난해 보궐선거부터 달라졌습니다. 선거 구도 자체가 민주당에 불리했다 하더라도 박영선 후보의 득표율이 39.2%에 그쳐 57.5%를 얻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약 18%포인트나 뒤졌습니다. 현재 이 후보와 윤 후보간 격차가 10%포인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8%포인트가 좁혀진게 사실이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어보입니다.
거듭된 사과에 한 가지 빠진게 있습니다. 바로 선거 앞뒤로 달라진 민주당의 태도에 대한 사과입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만 사과를 하고 있지 민주당의 말바꾸기에 대해선 간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선 직전 당시 민주당은 “1가구 장기보유자에게 세금 혜택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섰습니다.
당시 이를 책임지라고 당내 기구인 미래주거추진단도 출범했지만 결과는 어땠을까요. 미래주거추진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1가구 장기보유자에게 세금혜택은 지난해 하반기에야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그나마 이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종합부동산세 조정 등을 구체화하면서 탄력이 붙는 모습입니다. 선거때마다 구호로만 외쳤을뿐 지난해 4월 보선 참패이후 민주당은 두어달의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냈습니다.
앞서 21대 총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민주당은 종부세 완화 공약을 내건 뒤 선거에서 압승한 후 슬그머니 폐기해버렸습니다. 민주당은 4·15총선에서도 “실소유자 보유세 개정이 필요하고 여지도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총선 이후 오히려 종부세를 강화한 이른바 ‘부동산 3법’이 통과됐습니다. 총선 당시 종부세 인하 발언은 ‘강남벨트’ 유권자를 비롯해 부동층의 표심을 흔들었지만 압승 이후에는 현 정부 정책 기조대로 움직인겁니다. 이후 부동산 상황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이 후보가 사과를 하거나 부동산 공약을 내세운 기사에 가장 많은 댓글을 소개해드립니다. “다시는 속지 않는다” “또 속으면 바보입니다” “선거때와 다른 민주당” 매번 고개를 숙이는 이 후보에게 서울민심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 이제 이해가 되실까요.
선거때마다 여론만 무마하면 된다는 식의 정책공약이 지금 민주당과 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겁니다. 성난 민심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찾을 수 있지만 ‘말바꾸기 민주당’도 원인 중에 하나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무작정 큰절이 아니라 ‘핀셋 사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