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벤처캐피탈(VC)업체인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내달 사모투자(PE) 부문을 별도 회사로 분리한다. PE부문은 조만간 신설 법인으로 독립해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새롭게 출발할 예정이다.
24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PE부문은 오는 2월 3일 설립이 완료될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로 사업을 이관한다. 존속 법인인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PE 부문을 분리하면서 당분간 벤처투자(VC) 업무에 집중할 예정이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인적 분할 방식을 취함에 따라 두 회사의 주주 구성은 당분간 유사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배진환 대표가 메디치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한수재 부사장은 에이치PE 대표로 취임할 예정이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배 대표와 한 부사장이 각각 2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47.4%는 자사주 형태로 회사가 보유 중이며 나머지 5.2%는 코스닥 상장사인 아이디스(143160)가 갖고 있다.
이번 회사 분할이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파트너 중 한 명인 한수재 부사장이 독립하는 형태로 진행됨에 따라 향후 두 회사 간 지분 정리 작업도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PE는 법인 설립 이후 금감원에 사모펀드(PEF) 업무집행사원(GP) 등록에 나설 계획이다. GP 등록이 완료돼야 메디치인베스트먼트에서 운용하던 PEF를 이관받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에이치PE는 펀드 이관을 통해 단숨에 약 1조 원의 운용자산을 보유하게 되는데 롯데글로벌로지스, 한글과컴퓨터(030520), 마스턴자산운용 등이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다.
앞으로 에이치PE는 기존 포트폴리오의 투자금 회수 작업과 동시에 신규 투자처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프리IPO(상장 전 자금조달) 투자뿐 아니라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투자 등으로 보폭을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문 PEF 운용사로서 메디치인베스트먼트에서는 하지 않았던 대형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자금을 모집하는 펀드) 결성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치PE 관계자는 "출범부터 1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든든한 측면이 있지만 어깨도 무겁다" 면서 "그동안의 투자 실적을 바탕으로 대규모 블라인드펀드 조성에도 나서며 정통 PEF 운용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2011년 문을 연 VC로서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앤에스텍의 자회사로 출범했다. 2012년 KTB네트워크 출신인 배 대표가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바뀐 바 있다. 에이치PE로 펀드 이관 작업이 완료되더라도 약 4,000억 원 규모의 운용 자산을 유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