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전면 시행된 자치경찰제가 6개월이 지났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생활·안전, 교통, 경비 등 지방자치단체별 상황에 맞는 주민 밀착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임에도 업무 분담과 예산권 독립 등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24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시민들은 자치경찰제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처음 들어봤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30대 김 모 씨는 “자치경찰제를 시행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무슨 제도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전과 비교해 우리 동네의 치안이 강화됐다든지 등의 변화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이달 초 발표한 설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39.7%가 ‘자치경찰제를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들어본 적이 있다’는 54.3%, ‘잘 알고 있다’는 6%에 불과했다.
자치경찰제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비대해진 경찰의 권한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주민 밀착형 사무는 자치경찰이 맡고 강력 범죄와 사이버 범죄 등은 국가 경찰이 맡도록 해 경찰 업무를 이원화한 것이 특징이다.
일부 자치경찰은 지역별 특성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 따라 차별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인 가구 치안 서비스 확대와 한강공원 안전 강화 등을 내세운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최근 출입 기자단 정례 간담회에서 자치경찰제 출범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지적에 “일선 순찰차에 ‘경찰’ 대신 ‘서울 경찰’이라고 표시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미지 쇄신을 약속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혼란이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자치경찰이 별도의 인력과 조직을 갖춘 ‘이원화 모델’이 아니라 국가경찰이 자치경찰의 사무를 맡는 ‘일원화 모델’이어서 한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가직 신분을 유지하면서 지자체장이 업무를 지휘하는 구조상 혼선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민 생활에 가장 밀착된 지구대·파출소 역시 국가경찰 소속인 탓에 지역 사정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도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지적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가경찰·자치경찰·국가수사본부 등까지 업무 분담이 명확하지 않고 권한 행사 기준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여러 충돌이 있다”면서 “자치경찰제 도입 취지에 맞게 지역민들의 의견을 더욱 체계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각 경찰 주체별 소통과 협조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