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에 기업용 SSD(저장장치)를 공급한다. 국내 팹리스 벤처기업인 파두와 파트너십이 약점이던 반도체 기술 보완과 우량 고객사 유치로 이어졌다.
25일 반도체업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메타와 기업용 SSD 공급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주요 계약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고 세부적인 사안을 조율하는 단계다. 이번에 생산하는 제품은 비휘발성 인터페이스 메모리(NVMe) 기반으로 그간 SK하이닉스가 기업용 SSD 시장에서 진출하지 못했던 분야다.
SK하이닉스가 메타와 공급 계약을 눈 앞에 둔 것은 파두와의 협업 덕분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파두는 SSD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인 컨트롤러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파두를 제외하면 SSD 컨트롤러 독자 설계가 가능한 기업은 국내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 정도다. 파두는 NVMe 기반 SSD 컨트롤러 기술에 특화돼 있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자체 개발한 SSD 컨트롤러를 활용해 왔다. 하지만 NVMe 기반 컨트롤러 경쟁력이 충분치 못해 기업용 SSD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메타가 기존 SSD 공급자인 삼성전자에 더해 추가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SK하이닉스에 손을 내밀었지만 자체 기술 만으로는 개발이 어려웠다. 결국 파두의 기술을 적용하면서 메타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었고 계약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메타와 계약 논의 초반에는 파두가 SSD를 일괄 수주하고, SK하이닉스를 거쳐 메타에 납품하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메타가 대량 생산 경험 부족에 우려를 표하면서 파두의 역할이 컨트롤러 납품으로 제한됐고, SK하이닉스가 SSD 대량 생산을 맡기로 했다. 양사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빅딜 성사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SK와 파두의 인연은 2016년 엔젤 투자로 시작됐다. SK인포섹(현 SK쉴더스)이 파두에 60억 원을 투자해 현재 지분 3.7%를 보유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씨의 남편도 파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두는 2015년 6월 서울대 공대의 '메모리 및 스토리지 구조연구실' 출신 연구원들이 설립했다. 핵심 인력 대부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다. SK텔레콤에서 반도체 컨트롤러 기술을 개발한 남이현 대표, 글로벌 컨설팅펌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한 이지효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파두 기업가치는 작년 4,5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두는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경쟁력을 입증한 반도체 벤처기업"이라며 "올해 메타와의 납품 계약을 시작으로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