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은 1999년에 만들어진 이후 단 한 번도 전면 개편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 동안 어휘·문법·의미·용법 등 그간 언어 전반에서 일어난 대대적인 변화를 표준국어대사전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장소원 국립국어원장은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제대로 된 국어사전 보유 여부는 선진국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척도”라며 표준국어대사전 전면 개편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되면서 언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민간 영역의 사전 편찬은 시장성 악화로 크게 위축됐다. 그만큼 공공 사전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장 원장은 “사전에 실린 예문만 해도 1900년대 초중반 문학 작품 속 문장들이 많다”며 “현재의 언어 생활과는 의미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아 전반적인 개편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또 “2018년 국어 능력 실태 조사 결과 국민들의 쓰기 능력은 100점 만점에 48점이었다"며 "국민의 국어 능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외국인 대상의 한국어 교육에 비해 관심도가 낮은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국립국어원은 국어 능력 평가 진단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우선 ‘쓰기’부터 시작해, 말하기·듣기·읽기 평가 체계도 도입할 예정이다. 장 원장은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민간 기업에서 직원 채용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기도 한 장 원장은 ”글쓰기는 이해력, 논리력과 직결된다. 글쓰기 훈련을 통해 논리력이 크게 향상되는 학생들을 학교에서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4차산업 시대에 맞춰 대규모 언어 말뭉치(빅데이터) 구축 작업도 진행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과 비교해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미국의 경우 2018년 기준 2,000억 어절, 중국은 800억 어절, 일본은 40억 어절의 말뭉치를 구축했으나, 한국은 지난해 기준 21억 어절 구축에 그쳤다. 장 원장은 “말뭉치 구축은 간단한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AI) 스피커 뿐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자율주행차의 안전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업”이라며 “국회와 유관 부처 뿐 아니라 모두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