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부터 동네의원 치료' 한다지만…병원들 "준비 안돼" 난색

[스텝 꼬이는 오미크론 진료체계]
시설·인력 등 부족에 구체적 대응지침 없어
일반 환자와 동선 겹쳐 '2차 감염'도 우려
정부 참여 독려에도…정작 의·병원들 주저

오미크론 방역 체계가 시작된 경기도 안성시보건소 선별검사소에서 26일 오전 관계자가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를 작성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는 예상보다 강력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예정보다 앞당겨 오는 29일부터 ‘오미크론 방역 대책’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동네 병원을 통한 검사·진단·치료 시스템은 다음 달 3일 도입하기로 했다. 신속진단키트 확보와 보급 등은 수일 내에 가능하지만 코로나19를 일반 의료 체계에 편입하는 데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이미 1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일반 의료 체계 준비가 한 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네 병·의원들은 “보호구나 시설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은 물론 구체적인 대응 지침마저 없어 코로나19 진료가 망설여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은 26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역사 내 전광판에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 1만 3,012명이 표시돼 있다. /오승현 기자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다음 달 3일부터 동네 병·의원이 참여하는 중증 환자와 고위험군 중심의 진단 검사 체계와 역학조사 체계 전환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오미크론 대응 단계에 들어간 광주·전남·평택·안성 등 4개 지역 외에 다음 달부터는 전국에서 새로운 진단 검사 시스템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만 보건소와 선별진료소·임시선별검사소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그 외 검사 희망자는 선별진료소나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지정된 병·의원에서 일차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후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동네 병원들의 참여는 의료 단체들의 협조로 신청을 받고 지정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와 동네 병원이 진단 검사 체계에 참여하는 다양한 모델들을 협의 중이며 세부 내용은 28일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경우 설 연휴가 끝나는 대로 25개 전 자치구로 ‘서울형 의원급 재택치료’를 확대할 계획이다. 7~10개 의료기관이 컨소시엄 형태로 환자를 관리하는 ‘24시간 당직 모델’과 서울시의사회가 운영하는 재택치료지원센터에서 비대면 진료와 응급 대응을 맡는 ‘센터 협업 모델’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구로구에서는 현재 7개 의원이 재택치료 환자를 관리하고 있으며 서초구(7개 의원), 중랑구(10개 의원), 노원구(20개 의원), 동대문구(17개 의원)에서도 시범 운영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의사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재택치료 참여 의사를 밝힌 서울 지역 의원은 149곳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겸 안전상황점검회의에서 “가까운 병·의원에서 코로나 진찰·검사·치료가 함께 이뤄지면 우리는 오미크론에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건소도 확진자 선별·관리 업무 부담을 한층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일반 의료기관 중심의 의료 체계 전환이 한 발 늦었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계는 올해 초부터 오미크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도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역학조사, 환자 이송, 지원 체계 등 보건소가 모든 시스템을 관리하는 현재의 방역 체계로는 업무 과부하가 불가피하다”며 “1차 의료기관까지 참여하는 지역 단위 의료 현장 중심의 방역 체계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각 영역별 자율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진은 사전에 오미크론 대응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다”면서 “준비가 안 돼서 그렇겠지만 정부는 7,000명이 되면 의료 체계를 전환한다고 했다가 말을 바꾸며 일정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네 병·의원들은 새로운 의료 체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참여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병·의원들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받기 위해서는 일반 환자와 동선을 구분하고 환기·소독 등 방역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신속항원검사를 위한 교육도 전제돼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각 지역 의사회와 논의해 병·의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서울시 이외에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장현재 대한개원의협의회 총무부 회장은 “병·의원들도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는 동감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보호구 착용, 병원 시설 투자, 방역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한데 이와 관련한 지원은 물론 지침도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항원검사는 정부에서 전달받은 바는 없고 제약회사에서 키트를 전달만 받은 상태”라며 “재택치료에도 참여하고 싶지만 24시간 당직을 설 장소가 마땅하지 않아 참여를 망설이는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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