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배우 조이현과 극중 목수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진지원의 삶은 닮아 있다. 꿈에 대한 무게를 느끼며 좌절하기도 했지만, 미래를 향해 정진하며 주어진 것에 감사했다. 하루를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 노력한 조이현은 어느새 주연의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조이현의 첫 주연작인 KBS2 월화드라마 '학교 2021'(극본 조아라/연출 김민태)은 입시 경쟁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 모호한 경계에 놓인 열여덟 청춘들의 꿈과 우정을 담은 이야기다. 조이현은 극중 엄마 조용미(김수진)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목수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한 진지원 역을 맡았다. 진지원은 꿈에 대해 직진하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인물이다. 이런 진지원이 초등학교 때 첫사랑 공기준(김요한)을 만나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스타 등용문이라 불리는 '학교' 시리즈에 출연하게 된 건 조이현에게 큰 영광이었다.
"제가 방송으로 처음 본 '학교' 시리즈는 '학교 2013'이에요. 초등학생 때였는데, 그때부터 애청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학교' 시리즈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 정말 감사한 일인데, 거기에 주연까지 할 수 있게 돼 더없이 행복했죠. 한편으로 제가 이렇게 많은 대사량을 소화한 게 처음이어서 긴장이 되기도 했어요."
조이현의 삶은 진지원과 맞닿아 있었다. 조이현도 중학교 시절 뮤지컬 '위키드'를 보고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돼 한림예술고등학교 뮤지컬과에 진학했다. 목수가 되고 싶어 특성화 고등학교를 선택한 진지원과 비슷해 캐릭터에 더욱 공감이 됐고, 몰입할 수 있었다. 나아가 자신의 학창 시절까지 돌아봤다고.
"꿈이 명확하게 있고,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열심히 한다는 게 공감이 됐어요. 지원이가 벤치를 만들다가 실수로 망가져서 낙담하는 신이 있는데, 기준이를 붙잡고 '이 길이 아닌데 나 혼자서 애쓰는 것 같다'고 말해요. 이 장면이 특히 공감이 되더라고요. 저도 뮤지컬을 정말 사랑하고 하고 싶은데 노래가 안 따라주니까 속상했거든요. 그때 슬펐던 기억을 끄집어 내서 연기했어요."
진지원과 달랐던 점은 사랑에 목메지 않고 학업에만 집중했다는 거였다. 당시 그는 자신이 원하는 실력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에 항상 화가 났고, 속상했으며 슬펐기에 사랑할 시간이 부족했다. 또 진지원과 다른 점은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거다.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입시를 시작했으니 비교적 늦은 편이었죠. 처음에 부모님께 '뮤지컬이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일단 해봐라'고 하셨어요. 아마 나중에 제가 원망할까 봐 그러신 것 같아요. '직접 부딪혀 보고 나중에 하고 싶은 걸 또 찾아봐라'는 뜻이었을 거예요. 그러다가 데뷔하게 되고 좋은 작품을 만나서 주연까지 됐잖아요. 부모님은 적극적으로 서포트해 주신 걸 아주 뿌듯해하세요."
목수라는 뚜렷한 꿈을 가진 진지원을 연기해야 되는 만큼, 직접 목공 기계를 다루는 장면이 많았다. 진지원은 직접 레슨을 받으면서 목공예에 입문했다. 촬영을 모두 마친 지금도 취미로 삼고 싶을 정도로 큰 재미를 느꼈다고.
"직업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이게 하루 이틀 연습한다고 잘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잘하는 척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배웠어요. 목공예를 할 때 힘을 많이 써야 돼서 첫날 연습을 하고 팔에 알이 배기기도 했어요. 연습하고 촬영에 임했는데 대패질이 안 되더라고요. 캐릭터 특성상 능숙하게 해야 됐는데 속상했어요. 감독님이 '네가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결국 해냈죠. 정말 뿌듯했어요."
김 감독의 섬세한 연출에 의지를 많이 한 조이현은 화기애애한 촬영을 뒤로하고 종방연도 같이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끝나는 게 속상할 정도로 모두가 마음을 모아 촬영했던 현장이었다. 때문에 당시가 가장 코로나19가 미웠던 순간이었다.
"감독님은 모니터를 굉장히 꼼꼼하게 해주세요. 작은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때로는 저 스스로 답을 찾아야 될 때도 있지만, 감독님을 따라가는 것도 좋았어요. 여쭤보고 싶은 것도 스스럼 없이 여쭤봤고요. 저는 애드리브를 많이 안 했지만, 다른 친구들이 한 애드리브는 최대한 살려주셨어요. 그만큼 저희 의견도 많이 반영해 주셨답니다."
조이현은 '학교 2021'을 통해 처음으로 로맨스 연기에 도전했다. 초등학교 때 첫사랑을 다시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지만, 조이현은 비슷한 경험이 없어서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사립 초등학교를 다녔던 그는 스쿨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등하교해 동네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이후 학교 친구들 대부분이 유학을 가게 돼 학창 시절 로맨스와 더욱 거리가 멀어졌다.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 로맨스를 연기하게 된 조이현은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현장을 기대했다. 의외로 로맨스 신 대부분을 야외에서 촬영해 추위와 싸우느라 설렘을 느낄 틈이 없었다고. 그러나 김요한과 함께 추위를 이겨내면서 더 빨리 친해졌고, 따뜻한 케미를 만들 수 있었다.
"너무 추우니까 따뜻하게 더 붙어 앉게 되더라고요. 다 같이 앉아 있는 신에서도 모두 붙어 있어서 저절로 친해 보였어요. '이렇게 추위가 장점이 되기도 하는구나' 싶었죠. 김요한은 굉장히 성격이 밝고 에너지가 좋아요. 리더십도 좋아서 촬영이 늦게까지 할 때도 '파이팅'을 외치더라고요. 덕분에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김요한을 비롯해 '학교 2021'에는 다수의 또래 배우들이 출연했다. 동갑내기가 많았던 만큼 더 빨리 친해졌고, 좋은 신이 탄생할 수 있었다. 대사나 대본에 대해 얘기하기 수월했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또 또래 배우들의 열정을 보면서 자극을 받은 부분도 있었다.
"작품을 많이 해보지 않은 신인 배우들이 많았어요. 처음 작품을 해본 친구들도 꽤 있었고요. 그래서 그런지 현장은 열정으로 가득했어요. 자신의 대사가 많이 없음에도 한 컷 한 컷 소중하게 여기고, 간절한 마음이 많이 보였어요. 그걸 보면서 내가 더 힘내야겠다 싶었죠. 지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서 시야를 넓히려고 했어요."
조이현은 데뷔 후 드라마 '학교 2021', '계약 우정', 그리고 곧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등에 출연해 연이어 학생 캐릭터를 연기했다. 학생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 대신, 학생 캐릭터를 맡을 수 있다는 것에 긍지를 느낀다는 그는 가능한 오래 교복을 입고 싶다고 말했다.
"교복을 벗는 건 쉬워도, 입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입을 수 있을 때까지 입고 싶어요. '학교 2021'과 '지금 우리 학교는'은 바로 연달아서 찍었어요. 똑같이 학교가 배경이고 제가 학생 역이지만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한 거예요. 같은 18살이지만 '학교 2021'은 청춘과 꿈에 대해 이야기했고,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물이죠. 새로운 것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계기라서 정말 좋았어요."
진지원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조이현도 미래를 그린다. 특히 배우 이정재, 정우성, 염정아 등이 소속된 아티스트컴퍼니에 둥지를 틀고 영화, 연극, 뮤지컬, OT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의 행보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선배님들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정말 역할 구분 없이 다양해요. 배역에 상관없이 좋은 작품이면 하시더라고요. 나도 가리지 않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마음이에요. 잘하는 걸 찾으려면 일단 도전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래야 아쉬운 부분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선배님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선배님들처럼 되고 싶어요."
"인생에 큰 목표를 정해놓는 편은 아니에요. 그냥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자'가 꿈이에요. 하루를 후회 없이 살면 미래에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당장은 건강만 했으면 좋겠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주어진 것에서도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