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편집인협회(IPI)는 최근 한국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기자 120여 명의 통화 내역에 접근한 데 대해 “언론인의 권리를 명백히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행위 중단과 철저한 조사, 공개적 해명을 촉구했다.
27일 한국신문협회에 따르면 IPI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 “공수처가 당사자에게 아무런 이유 설명 없이 이러한 대규모의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취재원 익명성을 위협한다”며 “기자는 취재원을 보호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기자 120여 명 뿐 아니라 일부 기자들의 가족 통화 내역까지 조회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아사히·마이니치신문 등 일부 외신 기자들도 포함됐다.
현행법상 공수처 및 다른 사법기관들은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고 통화 기록에 접근하는 것이 허용되며, 통화 시간·장소 등 세부 사항을 조사하려면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조회 대상이 된 기자 수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고 IPI는 보고 있다. IPI는 “공수처는 고위층 부패를 조사하기로 돼 있지만, 일부 기자들은 (공수처가) 취재원을 알아내기 위해 자신들의 통화 내역에 접근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콧 그리핀 IPI 부국장은 성명에서 공수처의 이 같은 행위가 “부패나 다른 불법행위에 대한 정보를 가진 취재원이 증언하거나 언론에 편안하게 이야기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면서 “공수처의 임무가 고위층 부패 척결이라는 점에서 역설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민주주의 규범에 위배되는 무분별한 언론인 통화 내역 수집을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법령 개정을 통한 보호장치 구축을 촉구하며 “언론인이 연관된 모든 형태의 통신 기록에 접근하기 전에 영장을 받아야 하며, 당사자에게도 즉시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수처가 언론인과 그 가족을 표적으로 삼은 데 대해 공개 해명하고,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와 방법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IPI는 세계 120개국 언론인과 미디어 경영인, 편집자로 구성된 단체로 1950년 결성 이래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