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사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허로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이 무산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오는 3월 초까지 경영 컨설팅을 진행한 뒤 ‘플랜 B’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컨설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실상 산업은행의 추가 자금 지원이 이뤄지기는 어렵게 됐다.
이 회장은 27일 온라인으로 열린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의 정확한 현황을 다시 파악할 필요가 있어 경영 컨설팅을 진행해 3월 초에 끝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컨설팅 결과를 보고 주인 찾기부터 산업 재편안(마련)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재매각부터 조선업 산업 재편까지 플랜B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군함·액화천연가스(LNG) 관련 고유 기술 등으로 해외 매각은 불가능하다”며 “(국내의) 조선사·비조선사 가릴 바 아니고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인수하려고 올지 모르지만 모든 방안이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대우조선을 재매각할 경우 산업은행이 가진 구주를 매각하기보다 신주를 발행해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을 시사했다. 회사에 신규 자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회사에 가급적 돈을 많이 넣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의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확인 없이 산은이 추가 금융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신주 발행 방식으로 매각하면) 산은이 2대 주주로 도와줄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조선업에 쓴소리도 했다. 국내 조선사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쌓기보다 출혈경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조선사에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은행이 RG 발급을 거부하면 조선사는 선박을 건조할 수 없다. 이 회장은 “저가 수주는 국부 유출로 우리 돈으로 외국 소비자를 도와주는 것을 막기 위해 RG 발급을 산은부터 중단하면 어떨지 고민한다”며 “제가 파이어(해고)될 수도 있지만 정책 당국과 협의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EU 경쟁 당국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EU 경쟁 당국이 한국 조선 3사 간 경쟁 구도로 인한 낮은 선가에 계속 기대기 위해 ‘자국 이기주의적’ 결정을 내렸다고 봤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국내 고객이 90%인 만큼 EU 경쟁 당국이 대우조선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기는 힘들다는 것이 이 회장 측 설명이다. 이 회장은 “(EU 경쟁 당국에) 일방적으로 좌우지되고 결정한 대로 따라가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현대중공업이 불승인 취소소송,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정 다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3월 1일까지 회생 계획안의 제출을 앞둔 쌍용자동차와 관련해서는 변제 계획만을 보고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생 계획안은 쌍용차 채권단 3분의 2가 동의해야 최종 인가가 가능하다. 이 회장은 “산은이 회생 계획에 동의했다고 에디슨모터스 측이 제시한 사업 계획에 동의했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라며 “인수 주체에서 재무적투자자(FI)가 얼마나 충실하게 들어오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지, 전략적투자자(SI)는 얼마나 돈을 넣는지 면밀히 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