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과 동시에 배터리 대장주로 직행한 LG에너지솔루션이 기대 이하의 주가 흐름을 보인 탓에 국내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이 깊이 조정받았다. 경쟁사들의 재평가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LG엔솔의 빈약한 주가 흐름에 다른 기업들도 동조하며 국내 배터리 3사 시가총액은 하루 동안 8조 원이 증발했다.
27일 국내 대표 배터리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2차전지산업’은 전일 대비 4.93% 급락한 1만 8520원, ‘TIGER 2차전지테마’도 5.65% 떨어진 1만 887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초 지수를 일간 수익률의 2배로 추적하는 TIGER KRX2차전지 K-뉴딜레버리지는 이날 13.78% 추락했다.
이날 코스피가 3.50% 하락한 가운데 배터리 업종은 유독 흔들림이 심했다. LG화학(-8.13%), SK이노베이션(-7.11%), 삼성SDI(-6.16%) 세 업체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8조 196억 원이 급감했고 소재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7.64%), 포스코케미칼(-7.30%), 엘앤에프(-11.07%) 등도 타격이 컸다.
앞서 국내 증시에서는 LG엔솔의 주가가 폭등하고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을 갖춘 경쟁사들이 대안으로 선택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고조됐었다. 하지만 이날 LG엔솔이 공모가 대비 68% 상승 마감했음에도 장 중 한때 24.7%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밑돌면서 배터리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냉각됐다. 이날 배터리 투자 수요가 LG에너지솔루션에 집중된 점도 이들에는 부정적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차전지 ETF에 아직 편입되기 전이며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KODEX 2차전지산업’과 ‘TIGER 2차전지테마’가 다음 달 9일부터 2~3거래일에 걸쳐 기존 LG화학을 빼고 LG에너지솔루션을 넣는 교체 매매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두 ETF 모두 LG화학을 전량 매도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들의 기초 지수는 유동 시가총액(유동 주식수를 반영해 시가총액을 산정)을 고려해 편입 비중을 결정하기 때문에 LG화학 매도로 확보한 금액 전부가 LG에너지솔루션에 투하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KODEX 2차전지산업과 TIGER 2차전지테마가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262억 원, 123억 원어치 매수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에코프로비엠·SK아이이테크놀로지·포스코케미칼의 비중 확대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보유 가능한 최대 한도까지 차 있는 상태라 추가 매수는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