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글로벌 경제를 떠받치던 미국의 제로 금리와 유동성 파티가 끝나게 됐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6일 “조건이 무르익는다면 3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꽤 크다”고 말했다. 금리를 조기에 여러 차례 올려도 고용 시장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최대 7차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월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에 이어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출렁거렸다. 코스피는 27일 3% 넘게 급락하며 2614.49까지 밀려났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예상돼왔다는 점에서 ‘회색 코뿔소(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에 비유된다. 미국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이어 금리 인상에 나서면 신흥국에서는 높아진 금리를 좇아 돈이 빠져나가는 ‘자본 유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꾸준히 오르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200원을 돌파했다. 당장 닥칠 문제는 국내 금리 상승이 초래할 부동산 버블 붕괴와 가계 부채 부실화다. 천정부지로 오르던 집값이 주춤하면서 하락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 부채 폭탄이 터질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커질 대로 커진 자영업자·기업 부채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유동성 잔치가 끝났음을 인식하고 쌓인 접시를 잘 치워야 한다. 시급한 것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자본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한일 간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외환 보유액을 늘려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 부채는 총량 관리를 통해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가계 부채의 거의 절반(지난해 3분기 기준 887조 원)에 달하는 자영업자 부채는 상당액의 대출 만기가 올해 3월이라는 점에서 발등의 불이다. 정부는 옥석 가리기와 원금 상환 시점을 분할하고 이자를 갚게 하는 등의 정교한 조치를 통해 부실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