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너머 티샷' 환상의 코스…골퍼 로망이 현실로

한국 10대 골프장을 가다 < 9 > 해남 파인비치GL
비치 6번홀 국내 최고 '파3' 선정
199야드에 2단 그린…난도 높아
해안 굴곡따라 소나무 기개 자랑
홀마다 다른 매력에 지루할 틈 없어

파인비치 비치 코스 6번 홀. 포근한 바다와 리아스식 해안의 절벽, 코스의 푸른 잔디가 조화롭다. /사진 제공=파인비치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다녀온 사람은 드물다.’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골프링크스를 다녀온 이들의 후기에는 이런 말이 많다. 한 번만 다녀온 사람도 두 번째를 늘 꿈꾸거나 계획한단다.


시그니처 홀인 비치 코스 6번 홀(파3). 앞 홀 플레이를 마치고 이동하는 걸음마다 탄성이 커진다. 티잉 구역에 서면 규칙적인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그저 파도의 리듬에 맞춰 백스윙하고 클럽을 던지면 들리지 않는 음악에 실린 볼이 저절로 바다 건너 그린에 안착할 것 같다. 국내 최고 홀을 꼽을 때 빠지는 일이 없는 명소 중 한 곳이다.


절경이 낭만적인 상상을 하게 만들지만 결코 자비로운 홀은 아니다. 일단 길이가 레귤러 티잉 구역 기준으로 199야드나 된다. 바다를 넘겨 티샷 하는 로망을 충족시켜주지만 건너편 땅에 착륙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잔뜩 힘이 들어가 물에 빠뜨리기 십상이다. 그린 오른쪽은 리아스식 해안의 절벽, 왼쪽은 공간이 있고 오르막 지형이다. 그린 왼쪽 벙커를 보고 치면 거리가 짧아져 안전하다. 2단 그린이라 핀이 꽂히지 않은 쪽에 떨어뜨리면 파 세이브가 쉽지 않다.


설계자는 한 번으로는 아쉬운 골퍼의 마음을 잘 안다. 7번 홀(파4)도 바다 건너 치는 곳이다. 오른쪽의 아찔한 안벽 위로 볼을 띄워 페어웨이에 떨어뜨리면 그린까지 최단 거리다. 왼쪽의 넓은 공간으로 티샷 하는 게 안전하지만 다음 샷 때 2온이 부담스러운 거리를 남기게 된다. 홀 길이가 403야드로 꽤 긴데 랜딩 존까지 오르막도 있다. 그러고 보니 7번 홀은 가장 어려운 핸디캡 1번, 6번 홀은 둘째로 어려운 핸디캡 2번 홀이다.


비치 코스는 해안의 굴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9개 홀 중 6개 홀이 바다에 접해 있다. 소나무들의 기개가 멋스러운 파인 코스는 주변 산세와 호수만 보면 내륙 지역의 골프장에 와 있는 듯하다. 그린 주변이 온통 물인 아일랜드 그린도 있다. 그러나 홀을 거듭할수록 바다 내음이 짙어진다. 막판 3개는 바다 조망 홀이다. 도전과 극복 끝에 바다에 이르는 서사적인 묘미가 있다.




바다 건너 그린을 보면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든다.

낙조가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제주 클럽나인브릿지를 설계한 데이비드 데일과 자연주의 설계가로 유명한 게리 로저 베어드가 손잡고 ‘땅끝’ 해남의 화원반도에 한국 최초의 링크스 코스를 앉혔다. 경계가 모호한 바다와 하늘을 닮아 홀들도 그린까지 뻥 뚫려 시원스럽다. 억지로 구겨 넣은 듯한 레이아웃이 없다. 종종 상상력을 요구하는 블라인드 홀도 섞여 있어 지루하지 않다. 시간이 흘러도 기억이 생생하다는 것은 최고의 찬사일 텐데 파인비치는 각각의 홀이 저마다 짙은 여운을 남긴다.


수도권 방문객이 70%에 이르는 파인비치는 국내 골프장 최초로 코로나19 선별검사소를 설치·운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겨울에도 낮 최고 기온이 영상 10도에 육박해 365일 휴장이 없는 골프장이다. 요즘은 애기동백의 붉은 물결이 흐드러지게 자리하고 있다. 객실 42개 규모의 골프텔을 갖추고 있으며 백사장을 밟을 수 있는 해안 둘레길과 자전거 트레킹 코스도 둘러볼 만하다.


현재 파인비치는 클럽하우스 시설 개·보수와 잔디 품종 교체 등의 변신을 준비 중이다. 고온 다습한 기후에 취약한 켄터키 블루를 2년에 걸쳐 그린용 고급 품종인 벤트 그래스로 대체할 계획이다.





◇서울경제 선정 ‘2021 한국 10대 골프장’


△핀크스(대상) △드비치(이하 가나다순) △베어크리크 △설해원 △안양 △우정힐스 △잭니클라우스 △클럽나인브릿지 △파인비치 △휘슬링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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