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흑인 여성을 차기 연방 대법관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브라이어(83) 대법관이 사퇴 의사를 공식화하자마자 대선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여파 등으로 지지율이 바닥인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월 8일로 예정된 중간선거를 의식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월 말 이전에 후보자를 선정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이미 후보군 검토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커탄지 브라운 잭슨(사진)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사, 리언드라 크루거 캘리포니아주 대법원 대법관, J 미셸 차일즈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현직 최고령이자 진보 성향인 브라이어 대법관이 6월 퇴임한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인선 일정 등을 밝히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기자회견 직전에 백악관에 사퇴 의사를 전달한 브라이어 대법관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언론 앞에 섰다. 흑인 여성 대법관 임명이 미 정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중간선거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법원 233년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대법관이 나올 경우 민주당을 지지하는 흑인 비율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흑인 여성 93%, 흑인 남성 87%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공약 이행을 선언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공화당은 대법관 지명자가 누가 되든 제동을 걸 가능성이 커 진통이 예상된다. 흑인 정치단체 블랙팩의 한 관계자는 “흑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일상이 바뀌는 것”이라며 “대법관 임명은 흑인 유권자에게 (민주당에 투표할)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