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기록 8500쪽 검토하느라"…검사들 "사건 뭉개기 실토"

박은정 성남지청장.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연루된 ‘성남FC 후원금 의혹’사건의 재수사를 가로막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수사팀의 검토 의견에 대해 수사 기록을 사본한 뒤 직접 28권, 8500여 쪽을 면밀히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박 지청장은 28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이같이 밝히며 “그 결과 수사팀과 견해차이가 있어 각 검토의견을 그대로 기재해 상급 검찰청에 보고하기로 하고 준비하던 중 박 차장검사가 사직했다”고 말했다. 수사팀의 보완수사 의견을 한 달 이상 묵살했다는 내용을 부인한 것이다.


이어 박 지청장은 "금일 조선일보의 성남FC 수사 관련 기사에 대해 오보방지를 위해 알려드린다"며 "전담 및 검사배치는 지난해 8월 청내 여름 정기인사에 맞춰 부장검사와 전체 검사들의 전담희망을 최대한 반영해 청의 업무를 부별로 균형있게 배치했고, 말부인 형사3부가 마약·조폭 등 강력과 직접수사를 전담하도록 했으며 여름 인사 전에 성남FC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인사 후에도 그대로 그 사건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박 지청장의 이날 입장은 성남FC 의혹 고발사건 관련 기록을 가져가서 보겠다며 뭉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에 대해 해명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왔다. 지난 25일 박하영 차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하고,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 관련 사건을 무마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촉발된 후 수사팀과의 의견 대립 상황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한편 검찰 내부에선 “지청장이 1개 사건의 수사 기록 8500쪽을 검토하느라 사건 처리가 늦어졌다는 건 전례가 없는 변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고 이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고위급 검찰 간부는 “지청장이 수사 기록 8500쪽을 직접 복사해 검토한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통상 지청장 등 일선 검찰청 기관장은 수사 기록 요약 보고서를 보고 받은 이후 이를 검토한 뒤 추가 사항을 재보고 받는다”고 했다. 다른 검사는 “박 지청장이 지침도 내리지 않고 수사 기록 검토만 한다는 건 그 시간 만큼 수사팀의 수사가 지연됐다는 것”이라며 “사건 뭉개기를 스스로 자인한 꼴”이라고 했다.


한편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후보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성남FC구단주를 맡을 당시 성남FC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원을 받고 6개 기업들에 혜택을 줬다는 게 골자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6월 야당이 제 3자 뇌물제공 혐의로 고발했고 경찰은 3년 3개월 만인 지난해 9월 무혐의로 사건을 불송치했다. 이에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자 사건을 송치받은 성남지청이 재수사 여부를 검토했다. 박 차장검사는 재수사 필요성을 박 지청장에게 수 차례 보고했지만 박 지청장이 약 4개월에 걸쳐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 사실상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변인들에게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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