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1년 동안 못 봤습니다. 더는 참을 수 없어 이번엔 내려가기로 했어요”
민족 대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귀성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전에 비해서는 귀성 행렬이 많이 줄었지만, 예전 명절보다는 많은 시민들이 귀성하기 위해 버스 터미널과 기차역을 찾았다. 이들은 코로나19로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점에 피로감이 쌓이며 귀성을 결심했다.
28일 오전 서울경제 취재진이 찾은 서울역과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는 귀성을 서두르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김명순(78) 씨는 대전에 사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귀성길에 올랐다. 그는 그간 코로나19 확산세를 걱정해 아들과 만남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김 씨는 “지난해 초 며느리 생일 때 만난 것이 마지막”이라며 “더는 참을 수 없어서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김 씨 외에도 서울역 대합실은 귀성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귀성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요구에도 시민들은 저마다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렸다. 특히 시민들은 명절에 가족 모임을 제한하는 정부의 방역대책에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강릉으로 향하는 김종호(28) 씨는 “지난 추석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는데, 가족 간 감정 교류를 완전히 멈출 수는 없어 고향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숙분(54) 씨도 “코로나19 이후로 최소한의 인원만 모여 제사를 지낸다”며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날에 따로 만나면 되는데, 내려가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고 했다.
인원제한 방역수칙을 어긴 채 가족 모임을 가지려는 사례도 다수 있다. 가족 간에 교류를 하는 명절에 모이지 못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면서 더 이상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정석(40) 씨는 “그간 명절 때 코로나19 우려로 가족들이 다 모이지 않았는데, 친척과의 사이가 멀어진 것만 같아 이번에는 모여서 제사를 지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속버스터미널에도 고향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모(24) 씨는 “재작년과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고향을 갈 수 없어 2년 만에 고향을 가는 것”이라며 “최근 확진자가 눈에 띄게 많이 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꼭 가야 할 것 같아 귀성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대전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던 이모(57) 씨도 “코로나19가 3년째 이어지고 있어 이번에는 꼭 고향에 가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부스터샷까지 맞았는데 고향에 계신 부모님도 백신 접종을 완료해 괜찮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동안 총 2877만 명, 하루 평균 480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인 2020년 설날(650만 명)보다 26.2% 적지만, 지난해 설 연휴(409만 명)보다 17.4% 증가한 수치다. 오래 지속된 코로나19 방역대책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가족을 만나려는 시민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