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하락 전환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서울의 경우 거래량 감소와 다량의 ‘이상 거래’로 인한 일시적인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최고가 대비 크게 낮은 거래가 이뤄져 ‘하락거래’로 언급된 사례 상당수가 실제 시장 가격과 무관한 특이 거래로 나타났다.
서울경제가 최근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 ‘하락거래’ 사례로 언급한 서울 9개 매매 거래 사례를 등기부등본 조사 등을 통해 검증해 본 결과 이중 최소 8개는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에 석연찮은 모습이 보였다. 9개 거래 중 6개가 부동산을 끼지 않고 거래 당사자끼리 체결한 ‘직거래’였고, 이중 일부는 친족 등 특수 관계인끼리의 거래로 추정됐다.
김 의원은 지난 24일 공개한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 용산구 삼성래미안 전용면적 59㎡를 비롯해 최근 9건의 서울 아파트 거래가 기존 최고가 대비 4억 1900만~7억 3000만원 저렴하게 거래가 이뤄졌다며 이를 대표적인 ‘하락 전환 신호’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중 대부분 거래는 정상적인 시세 하락에 따른 거래라고 보기 어려웠다. 가장 하락폭이 큰 거래였던 용산구 삼성래미안 전용 59㎡(최고가 대비 7억원 하락)의 경우 등기부등본을상 1967년생인 L모씨가 이름 중 두 글자가 같으면서 두 살 어린 또 다른 L모씨에게 매각한 것으로 나타나 형제 간 거래를 의심케 했다. 이 아파트는 매매 거래 직전인 11월 30일 6억 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이를 감안하면 매매가 대비 전세가, 이른바 ‘갭’이 5,000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일대 부동산 업계에서는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 거래를 비롯해 전체 9개 거래 중 6개는 공인중개업소를 통하지 않은 ‘직거래’였다. 일반적으로 급매물일수록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빠른 매수자 선점을 노리고, 직거래의 경우 친족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경우 세금 등을 줄이기 위해 실제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 가격에 혼선을 주는 이런 특수거래를 가려내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거래를 등록할 때 ‘직거래’ 여부를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 3건도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최고가 35억원(작년 10월) 대비 7억원이 하락했다고 예를 든 서초구 에이아이디차관주택(반포주공 1단지 3주구) 전용 72㎡(12월, 28억원) 거래의 경우 인근 부동산 업계에서는 재건축이 추진 중인 상황에서 배정 평형에 따른 가격 차이로 평가하고 있다. 해당 면적의 경우 33평형 혹은 39~43평형을 배정받을 수 있는데, 33평형 배정 매물은 28억원대, 39~43평형 배정 매물은 35억원대에 호가가 매겨지고 있다.
최고가 20억 950만 7000원 대비 6억 5950만 7000원이 하락한 사례로 언급한 종로구 엘리시아 전용 236㎡의 경우 비교 대상인 최고가가 무려 2016년 3월이다. 총 19가구 규모의 초소형 단지인 이곳은 매매 거래 자체가 거의 없는데, 해당 거래 직전 가장 최근 거래인 지난해 1월 12억 3000만원 거래와 비교하면 오히려 1억 2000만원이 올랐다. 이밖에 지난해 11월 45억원 최고가 거래 대비 5억 2000만원이 하락했다고 언급한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12월, 39억 8000만원)의 경우 최고가 거래된 아파트는 한강 전면뷰가 확보된 ‘RR(로열동, 로열층)’ 매물이라는 점에서 가격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서울의 경우 최근 거래가 급격하게 위축된 상황에서 세 부담 회피 등 목적으로 ‘특수거래’가 활발히 나타나면서 착시효과를 보였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개월간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을 보면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중에 부동산 없이 거래한 직거래 비중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1월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503건이었는데 이 중 직거래가 160건(31.8%)에 달했다. 약 3건 중 1건은 공인중개사 없이 이뤄진 셈이다. 서울의 직거래 건수 및 비중은 지난해 11월 134건(9.4%), 12월 145건(12.9%) 등 매달 늘어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전체 매매 거래량은 1424건에서 1127건, 503건으로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것은 맞지만 일부 특수한 거래 사례를 바탕으로 시장을 예단하는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매수 수요가 남아있는 만큼 당분간 신중하게 관망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아무리 급매라고 해도 시장 가격 대비 30~40%씩 저렴한 가격에 거래된 걸 실제 거래라고 판단해선 안된다"며 “지금 같은 주택시장 상황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신중히 분석하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