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올해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물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된 후 국내외에서 인기 흐름이 범상치 않다. 공개 이래 이틀 연속 인기순위 1위를 기록, ‘오징어 게임’, ‘지옥’ 등의 글로벌 성공을 이어갈지 관심을 모은다.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물이라는 익숙한 소재와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버무린 전반적 전개, 좀비의 움직임을 비롯한 액션 장면 등에서 보여주는 감각적 연출이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사태, 국내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떠오른다는 반응이 많다.
31일 OTT 순위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의 집계를 보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전날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다. 공개 다음날인 29일에 이어 이틀 연속 1위이며,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연인인 모델 조르지나 로드리게스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이 엠 조르지나’, 인기 드라마 ‘오자크 시즌4’ 등 관심을 모은 작품들을 큰 점수 차이로 앞섰다. 이미 넷플릭스의 유튜브 글로벌 공식 계정에 올라온 ‘지금 우리 학교는’의 예고편 영상이 약 2주만에 조회수 1100만건을 넘길 정도로 관심은 높았다.
한국 콘텐츠로는 ‘승리호’, ‘오징어 게임’ 등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 1위이며, 처음부터 1위로 모습을 드러낸 건 ‘지옥’에 이어 두 번째다. 1위를 차지한 국가도 29일 25곳에서 다음날엔 44개국으로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시아는 물론 프랑스, 독일, 브라질 등 전 지역에 고르게 분포해 있다. 좀비물이라는 잘 알려진 장르가 대중을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 국내에서는 12부작이라는 긴 분량에 비해 느린 흐름, 일부 연기자의 연기력 문제 등의 이유로 호불호가 다소 갈린 데 비해 상당히 호의적이다. 영화·드라마 리뷰 모음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는 평론가들의 평가를 나타내는 신선도 점수가 100%를 기록하고 있다. 관객들의 평점을 기록하는 팝콘지수도 86%까지 올라갔으며, 계속해서 상승세다. 영화 정보 사이트인 IMDB에서는 공개 24시간 남짓 지난 시점에서 2812명의 이용자들이 올린 평균 평점이 10점 만점에 7.7점을 나타내고 있다. '오징어 게임'(8점)보다는 낮지만 '지옥'(6.7점)과 '고요의 바다'(6.9점)보다 높은 수치이며, '지옥'과 '고요의 바다'가 공개 직후 각각 7점과 7.2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추이가 좋은 편이다.
IGN무비는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해 “다소 잔인하고 무자비하다는 점 외에 좀비물의 완전히 새로운 면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생존에 대한 공포를 이끌어내기 충분하다”며 “특히 액션 장면과 스턴트의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버라이어티는 “’오징어 게임’과 마찬가지로 악몽 같은 공간적 배경을 최대한 활용, 다른 세상에 있는 듯 현기증 나는 효과를 준다”고 평했다.
특히 극중 좀비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난리, 피해를 입지 않은 시민들이 격리되는 모습 등이 코로나19 사태를 이야기하는 알레고리라는 평가가 많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좀비 수십 명이 으르렁거리고 학생들은 교실에 몸을 웅크린 채 숨어 있는 모습엔 학교의 총기난사 사건과 코로나19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작품이 코로나19에 대한 은유로서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며 “좀비가 바이러스에 의해 만들어질 뿐 아니라 움직이는 한 가지 핵심적인 방식이 코로나19와 같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는 반응이 많다. 학생들이 학교란 제한된 공간에 고립된 채 구조를 기다리지만 어른들은 구해주지 않고, 아이들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 좀비들과 싸움을 벌인다는 기본 설정부터가 그렇다. 여기에 격리소 철조망에 달린 노란 리본, 좀비가 돼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생각하며 과자, 음료수 등을 놓는 장면 등은 직접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재현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세월호 참사 등 한국 현대사의 상처들을 좀비 장르로 잘 풀어낸 작품”이라며 “한국 상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해외에서는 학원물과 좀비물의 결합 정도로 작품을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