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00만원 벌면 얼마 남을까"…한 배달원의 '가계부'

4대 보험·유지비 빼면 288만원
고용부, 배달종사자 5,626명 설문
47% 사고경험…5회 이상 15%나
재촉받은 종사가 사고 경험률 50%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인도 위에 오토바이들이 세워져 있다. / 연합뉴스


배달노동자 A씨는 월 400만원을 번다. 시간당 2만5000원씩 하루 8시간, 주 5일을 근무하면 가능한 벌이다. 그런데 A씨의 순수입은 얼마나 될까. 국민연금(10만8000원), 고용보험(1만9490원), 건강보험(10만8000원), 산재보험(1만3810원)을 우선 제한다. 여기에 소득세(3.3%) 13만2000원을 뺀다. 2년에 1번 오토바이 구매가격을 월로 환산하면 20만8300원, 연 1회 납부하는 오토바이 보험을 월로 계산하면 25만원이다. 월 6만원꼴 오일 교환, 월 16만원씩 주유비와 잠재인 타이어 교체비용을 2만8300원으로 계산했다. 이렇게 전체 고정비를 제외하면 A씨에게 돌아오는 월급은 288만2100원으로 준다. 그런데 이 가계부에 담기지 않은 게 있다. 바로 사고 위험이다.


이는 배달플랫폼 노조가 25일 열린 배달플랫폼 안전배달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공개한 자료 일부다. 배달노동자의 고충은 이렇게 순수익이 크게 낮아진다는 점에 그치지 않는다. 더 큰 우려는 사고 위험이다.


31일 고용노동부가 작년 11월 4~21일 배민라이더스, 쿠팡이츠 등 6개 배달플랫폼 업체 종사자 5,6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47%는 배달 중 사고를 경험했다. 배달 노동자 당 평균 2.4회 꼴이다. 5회 이상 사고를 경험한 비율도 15%다.


사고 원인을 보면 법 위반이 72.6%로 가장 많았다. 날씨(12.7%), 야간주행(3.5%)이 뒤를 이었다. 보호구는 96%가 ‘착용한다’고 답했다. 근무시간을 보면 전업인 경우가 5.8일, 부업이 4.7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업무 시간은 전업이 9.4시간이다. 업무 종료 시간은 오후 11시 이후인 경우가 전업(41%), 부업(35%)로 가장 많았다.


특히 사고 위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배달 재촉 경험에 대해 86%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재촉을 경험한 경우 사고 경험율은 50.3%로 재촉 경험이 없을 경우 사고율 23% 보다 배가 늘어났다. 재촉 대상(중복응답)은 음식점이 74.5%로 가장 많았고 주문고객(67%), 지역 배달대행업체(30%) 순이었다. 당시 고용부는 17개 음식 배달플랫폼 업체의 안전조치 의무 이행도 점검했다. 그 결과 12개 업체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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