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제2가스전’ 개발 사업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생산이 종료된 동해가스전을 대체하기 위해 인근에 위치한 대륙붕 탐사에 나섰으나 최근 사업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 개발이 ‘적폐’로 몰려 해외 자원 탐사 사업의 명맥이 사실상 끊긴 상태에서 추가 사업 진행마저 불투명해지며 에너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
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최근 동해안 6-1광구 중동부 지역의 시추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시추 작업 중 해저 여건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했지만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시추를 재개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인근 지역 내 추가 시추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은 이른바 ‘방어 구조’로 불리는 곳으로 석유공사가 지난해 6월부터 시추를 시작했다. 국내 유일의 가스전이던 동해 ‘제1가스전’이 지난해 말 생산 종료된 뒤 석유공사는 방어 구조를 대체지로 낙점하고 탐사에 착수했다. 공사는 동해안 내 타 지역의 탐사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시추부터 본격 생산까지 통상 5년여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조기에 대체 광구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시추 작업 성공률이 15% 수준에 그치는 터라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
글로벌 에너지 쇼크에 자원 개발이 에너지 안보의 선순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에서 유일한 자원 개발 공기업인 석유공사의 국내외 자원 개발 사업은 후순위로 밀렸다. 낮은 성공률을 만회하려면 다수의 작업장을 확보해야 하지만 지난 2020년 이후 석유공사가 진행하는 해외 탐사 프로젝트는 단 2건에 불과하다. 자금 부족으로 신규 광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기존에 확보한 광구의 수명이 다하면서 석유공사의 자원 생산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공사의 ‘2022∼2026년 중장기 경영 목표’에 따르면 공사의 연간 원유 생산량은 2020년 6040만 배럴에서 오는 2026년 4360만 배럴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석유공사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져 공사가 신규 투자에 나설 여력이 없다”면서 “예산 당국마저 지원을 꺼려 상황은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