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수년간 해외 자원 개발에 머뭇거리는 사이 일본은 동해에서 30여 년 만에 석유·천연가스 개발을 추진한다. 한국이 지난해 국내 유일의 동해가스전 불꽃이 사그라진 뒤 사실상 가스전 개발에 손 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을 비롯한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자원 개발 기업 인펙스(INPEX)는 남서부 시마네·야마구치현 앞바다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의 부존·개발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오는 3~7월 시굴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17일 발표했다. 인펙스 측은 “2010년대 초부터 이어온 조사를 통해 이 지역에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기대하고 시굴 조사를 하게 됐다”며 “석유·천연가스 상업 생산이 실현되면 일본의 에너지 자급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자국 인근 바다에서 해양가스전 개발에 나서는 것은 지난 1990년 니가타현 앞바다에서 생산을 시작한 이와후네오키 유전·가스전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시굴 장소는 야마구치현 북쪽 150㎞, 시마네현 북서쪽 130㎞ 떨어진 곳으로 수심은 약 240m다. 이곳은 경북 경주시 해안에서 동쪽으로 약 150㎞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인펙스는 해당 해역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선 안쪽이라는 입장이다.
일본 에너지청은 이곳에 최대 3000만 톤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굴 조사를 거쳐 상업성이 검증되면 오는 2032년부터 연간 90만 톤 이상의 천연가스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2.2%에 불과한 천연가스 자급률을 3.4%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는 시굴 조사 사업비 330억 엔의 절반을 부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