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정부 나랏빚 급증했는데 퍼주기 경쟁할 때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나랏빚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여야 대선 후보들은 재정 건전성 강화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3일 저녁 4자 TV토론을 가졌으나 국가 부채 축소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 또 성장·일자리를 주제로 토론했으나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실질적 방안도 내놓지 못했다. 외려 양대 정당 유력 후보들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선심 정책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회는 이날부터 14조 원 규모의 새해 첫 추경안에 대한 상임위별 심사에 들어갔다. 여야는 유례없는 ‘1월 추경안’을 밀어붙인 것도 모자라 한목소리로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소한 35조 원의 추경을 통해 충분하고 두터운 재정 지원을 하겠다”면서 “2월 15일 이전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월 대선 이전에 돈을 풀어 표심을 얻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국민의힘도 정부안에 32조~35조 원을 더한 최대 5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 방침을 밝혔다.


이번 추경에 따른 적자 국채 추가 발행으로 올해 국가 채무는 1075조 7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 5년 사이에 나랏빚은 415조 원 넘게 급증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합친 국가 채무 증가액 351조 원보다도 더 많다. 이런데도 이재명 후보는 2일 “대통령에 당선되면 긴급재정명령 권한을 발동해 50조 원 이상의 재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 위기’ 등 까다로운 제한 요건이 있는데도 긴급명령을 당선 선물로 동원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유력 후보들은 그동안 퍼주기 경쟁을 벌여왔다. 오죽하면 국제 신용 평가사인 피치가 최근 “두 유력 후보자의 공약들이 중기 재정 건전성에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겠는가. 여야 후보들은 포퓰리즘 경쟁의 늪에서 벗어나 기술 초격차 확보 등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는 경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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