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려견 19마리를 학대하고 유기한 ‘푸들학대범’의 신상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신상공개 기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은 경찰의 신상공개위원회 의결에 따라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4일 푸들학대범에 신상공개 국민청원에 대해 “동물을 지속적으로 잔인하게 학대 살해한 피의자가 이후 검찰 수사, 법원 재판을 통해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며 “다만 청원인이 요구한 신상공개는 현행 법령상 살인, 강도, 강간 등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범죄’를 대상으로 해 이번 사건은 해당되지 않는 점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40대 남성 A씨는 2021년 3월부터 10월까지 푸들 20여 마리를 입양한 후 잔인한 방법으로 다수를 죽게 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2021년 11월 30일 사건을 접수한 뒤 12월 2일 피의자를 긴급 체포, 조사를 통해 범행을 자백받았다. 푸들 학대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공분이 일었고,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푸들 등 19마리를 입양해 학대 후 죽인 피의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청원에는 21만명이 서명했다.
특정강력범죄법 제8조의2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정보를 공개하려면 다음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사건 △충분한 범죄 증거 존재 △재범방지 등 공익에 필요한 것 △피의자가 만 19세 미만 청소년이 아닐 것 등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의 얼굴과 성명, 나이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는 총 7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구성원은 경찰 내부위원 3명, 의사와 교수, 변호사 등 외부위원 4명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는 10명에 달했다. 이는 경찰이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 운영지침을 마련한 지난 2015년 이후 역대 최다 수치다.
지난해 신상 공개 대상자는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4), 헤어진 연인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이석준(25), 스토킹으로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연인을 살해한 김병찬(35), 남성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해 판매한 김영준(29)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