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스로와 사기업의 영역을 혼동하고 있습니다.”(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기업은 자율에 맡겨야 하는데 획일적 잣대로 재단하는 그 고리부터 끊어야 합니다.”(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의 본질을 정치의 시장 개입으로 규정했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주주대표소송에 국한되지 않는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계기로 물적 분할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자 여당에서는 주요 의사 결정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개정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말 발효된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지난 2020년 시행된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 등 조금만 문제라고 생각되면 쏟아져 나오는 입법안이 홍수를 이루면서 경영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는 날로 늘어가는 모양새다. 정 회장은 “어떤 사건만 생기면 일주일 안에 입법안이 나온다”며 “부작용에 대한 고려 없이 입법을 남발하는데, 취지가 좋을지 몰라도 전체 사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현 정부는 검찰 권력을 줄이려 했는데 각종 기업 규제를 강화하면서 결과적으로 검찰의 역할이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자본시장에서는 소액주주를 사회적 약자로 보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역시 이 같은 물결에 올라타 있다. 정 부회장은 “주식은 자기자본금이지 채권이 아니기 때문에 주식에서 손실을 입었다고 회사에 물어낼 수 없다”며 “그러나 정치권은 이를 채권으로 생각해 (손실을) 해결하려고 하면서 시장 논리가 무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회사의 근간과 골격을 규정하는 기본법인 상법이 정치권의 입맛에 악용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잦은 법 개정과 하위법령을 통해 상법이 기업의 손발을 묶는 규제 법안처럼 바뀌었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사외이사 임기 규제로 기업마다 사람을 못 구하고 있고, 물적 분할을 막으면 대기업들은 신산업 진출을 꺼리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기업 간섭이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스스로 지닌 자정작용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은 “상품 시장에서 물건의 가치와 가격을 보고 소비자가 판단하듯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라며 “경영자 역시 주주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주대표소송이 아니더라도 견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