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와 사기대출 혐의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 사장이 회사에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강민성 부장판사)는 고재호 전 사장과 김갑중 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대우조선에 850억여원을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김 전 CFO에게는 별도로 202억여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했다. 다만 대우조선의 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과 소속 회계사들에 대해서는 대우조선의 방해로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는 점을 참작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2∼2014년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 결과 고 전 사장 등은 분식회계로 꾸려진 경영실적을 토대로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사기대출을 받았다. 고 전 사장과 김 전 CFO은 재판에서 일부 혐의가 인정돼 각각 징역 9년과 6년을 확정받았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불법행위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며 지난 2018년 5월 고 전 사장 등을 상대로 38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대우조선이 임직원 성과급과 이익배당금을 과다하게 지급하고 거액의 과징금을 납부하게 된 데 고 전 사장 등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고 전 사장과 김 전 CFO가 “분식회계를 적극적으로 지시했다기보다 기존부터 이어지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회계 부정행위에 편승한 측면이 강하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한편 대우조선 분식회계 관련 사건은 진행 중인 법적 분쟁만 10건이 넘는다. 대부분 개인·기관 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으로 현재 서울고법과 대법원 등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