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회·시위를 담당하는 기동대 임무 규정에서 ‘여경’ 내용을 삭제한 것을 두고 ‘보여주기식’ 개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임무와 역할을 성별로 구분하는 것이 성차별이라는 지적에 따른 조치이나 실상 현장에서는 남녀에 따라 기동대 내 역할이 나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12월 국가경찰위원회 의결을 거쳐 ‘경찰관기동대 운영규칙’을 개정했다.
개정 전 훈령은 "여경기동대란 여성 경찰공무원으로 편성된 기동부대를 말한다. 여경기동대는 경찰관기동대의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여성, 장애인·노약자·임산부·소아동반자 등의 보호관리·단속·체포 등의 임무를 우선 수행한다”고 규정했다. 개정 후에는 이 내용들이 모두 삭제됐다.
여경 기동대 내용이 빠진 이유는 여경 임무만 따로 명시한 것은 성차별적이라는 내부 지적 때문이다. 경찰 내 성평등 정책을 관장하는 양성평등정책관이 기동대 관련 훈령에만 여경에 대한 임무를 따로 규정하고 있어 조직 내 성차별을 조장한다고 본 것이다. 경찰은 “성평등 원칙에 따라 여경기동대 별도 임무 규정을 삭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기동대 운영에서 성 차별을 없앴다는 입장이지만 실상은 역할이 구분돼 훈령 개정이 보여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직장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여경기동대 근무 경찰에 편의를 봐준다는 폭로 글이 등장하는 등 경찰 내부에서는 성 차별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또 내년 의무경찰 제도가 완전 폐지되면서 의경이 맡던 타격대·자체경비대(자경대) 업무가 경찰관기동대로 넘어오면서 최근 남경들이 대거 기동대로 빠져나갔다. 경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기동대 내 남녀 역할 구분을 없앨 수는 없다”며 “여성 시위에는 아무래도 여성 기동대를 우선적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경찰청은 일선에 기동본부별로 전출 등 내근직에 공석이 발생하면 여경을 적극 배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가 남경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의경 폐지로 남경 기동대 인력이 부족해지자 상부에서 남경을 최대한 외근으로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조치가 “직무 영역을 다양화해달라는 여경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며 강제 사항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1999년 여경기동대를 처음 창설한 뒤 여경 채용과 여성 단체 시위 증가에 발맞춰 여경기동대도 확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전체 경찰관기동대 125중대 가운데 여경기동대는 4개 중대(3.2%)에 그쳐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경찰관기동대 주축인 순경·경장 내 여경 비율(21%, 2020년 기준)과 비교하면 극히 적다. 여경기동대는 서울에 2개 중대, 경기 남부와 북부에 각각 2개 제대와 1개 제대, 부산·대구·광주에 각각 1개 제대가 있다. 1개 제대는 30명으로 구성되고 3개 제대가 모여 1개 중대급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