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에서 발의한 규제 법안이 지난 정부보다 무려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미래 성장 동력을 서둘러 확충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뭉텅이 규제에 막혀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반도체·자동차·배터리·디스플레이·철강 등 주력 제조업이 규제 정책과 입법에 발목이 잡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8일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5월 10일부터 이날까지 국회의원이 발의한 규제 입법은 모두 4110건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1313건)의 3배를 웃돈다. 휴일을 포함해 매일 2~3건의 새로운 규제 법안이 올라오는 셈이다. 특히 사건·사고가 생길 때면 1주일도 안 돼 관련 규제를 담은 입법안이 쏟아진다.
기업들이 부작용을 우려했던 중대재해처벌법은 강행됐고 최근 물적 분할이 이슈로 떠오르자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발의안도 나왔다.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을 강화하는 지침 개정 시도 등 각종 하위 법령을 통한 규제까지 고려하면 그야말로 ‘규제 공화국’이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기업이 한팀으로 움직이는데 우리는 역주행하고 있다”며 “기업가 정신 없는 국부(國富) 창출은 사상누각”이라고 지적했다.
규제 양산에 따른 기업가 정신 실종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기업 활동 환경과 인프라를 종합한 미국 암웨이 국가별 기업가정신지수(AESI)에서 한국은 2016년 23위에서 2018년 33위로 수직 하락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분석해 산출한 기업가정신지수에서도 37개국 중 27위에 머물렀다.
산업 간 융복합 물결이 거센 환경에서 어느 때보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도전이 필요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환경은 첩첩산중이다. 과거 창업 1세대의 도전 정신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해져 만든 ‘한강의 기적’과도 대조적이고 미국·중국·일본 등 경쟁국이 일제히 산업 부흥을 외치며 육성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과도 딴판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높은 수준의 규제로 신산업 분야의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지원은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