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 후보들이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 활발히 출연하고 있습니다. 선거 90일 전부터는 토론이나 시사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TV 방송에는 출연이 불가능한데요, 반면 유튜브는 아무런 규제가 없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특히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유튜브 숏츠 등의 콘텐츠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선 후보들의 유튜브 출연, 규제도 피하면서 2030 세대의 표심도 얻는 ‘꿩먹고 알먹기’일까요?
대선 후보들은 MZ세대를 잡기 위해 유튜브와 웹예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카카오TV와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선보이는 ‘공부왕 찐천재’에는 지난 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출연을 시작으로 이재명(9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11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출연합니다. 세 후보는 채널 콘셉트에 맞게 수학을 강의하고 자신의 대표 공약도 소개합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해 10월 출연했습니다. 이 같은 대선 후보들의 출연을 예고하는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는 9일 현재 73만회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콘텐츠인 ‘SNL’에도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후보가 출연해 화제가 됐습니다. 유튜브에 일부 내용만 편집돼 올라온 영상의 조회수는 각각 158만회, 90만회, 41만회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대선 후보들이 유튜브에 자주 출연하는 것은 MZ세대의 미디어 이용 행태를 반영한 것도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방송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금지된 영향도 있습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특별 규정 21조에 따르면 후보자들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방송 및 보도·토론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후보자의 음성이나 영상처럼 실질적인 출연효과를 주는 내용을 방송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따라서 지난해 12월 9일부터 선거일인 3월 9일까지 90일간 대선 후보들의 방송 출연이 금지됩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모니터링이나 민원 접수에 의해 규정을 어겼음을 확인할 경우 법정제재나 행정지도를 가합니다.
실제로 위원회의 심의에 걸린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자는 선거가 90일이 남지 않았을 때 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채널A)에 출연했다가 해당 방송사가 행정지도를 받았습니다. 2016년에는 한 케이블채널(K-STAR)이 배우 심은하 씨의 결혼 비하인드를 다루면서 당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남편 지상욱 씨가 등장한 결혼식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썼다가 법정제재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대선 후보들의 유튜브 출연에 대한 MZ세대의 반응은 어떨까요? 2030 청년들은 청년층의 관심을 가져오기에 효과적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후보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는 못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공부왕 찐천재’ 안철수 대선 후보 편을 봤다는 이 모씨(25세)는 “평소 즐겨보던 채널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친근하게 느껴졌지만, 억지스럽게 MZ세대를 강조하거나 유행어로 정책을 어필하는 것은 별로였다”고 말했습니다. ‘SNL’에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대선 후보가 출연한 영상을 모두 본 정 모씨(25세)도 “후보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기보단 기존에 미디어를 통해 비춰지고 굳어진 후보의 말투, 억양, 언어습관 등을 재확인하는 기능만 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대선 후보들의 선거철 단발성 유튜브 출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습니다. 게임 유튜브 채널인 ‘김성회의 G식백과’에 안철수 후보가 출연한 영상을 시청한 김 모씨(31세)는 “시장에 가서 오뎅, 떡볶이 먹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유튜브나 ‘SNL’ 같은 웹예능에는 대선 후보들의 출연이 가능합니다. 이것들은 방송법상 방송이 아닌 인터넷으로 구분되기 때문인데요. 인터넷에서의 유세는 선거일과 상관 없이 자유롭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갈수록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라 입법이나 개정이 되면 위원회에서 다룰 수 있다”고 입장을 내놨습니다. 다만 선거방송심의 규정 개정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후보자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조항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튜브에도 방송과 같이 규제를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유튜브는 방송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방송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방통위에 권한이 없다는 겁니다.
방송을 피해 유튜브로 몰려든 대선 후보들의 전략, MZ세대의 표심을 잡을 키일까요, 규제의 사각지대를 노린 전략에 불과할까요? 28일 후 2030세대의 투표율이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