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가 돈 뿌리기 경쟁에 나서며 발행하는 적자 국채가 국채 가치를 떨어뜨려 은행을 부도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가 나왔다. 최근 국채금리는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35조~50조 원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일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재정 건전성이 금융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2020년 기준 국고채 잔액의 40%를 보유하고 총자산의 10%를 국채에 투자한 국내 은행은 국채 가격 하락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지난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그리스 등의 은행권에서 보유한 국채가 4% 수준이었음에도 재정 악화가 금융권의 연쇄 충격으로 나타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문은 10일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황 연구위원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29개 선진국 은행을 실증 분석한 결과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 오르면 은행채 CDS 프리미엄은 0.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지표로 신용 위험 가능성이 클수록 상승하는데 재정 건전성 악화가 금융 건전성에 상당한 수준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특히 재정 건전성 악화는 국가의 지급 능력 축소로 이어져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국채를 대거 보유한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떨어뜨린다. 결국 금융 시스템을 붕괴시켜 국가 경제에 치명적 위기가 발생한다고 황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KDI가 이례적으로 강한 경고를 내놓은 것은 이 같은 위험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정치권이 추경 증액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14조 원 규모로 제출한 추경안은 국회에서 54조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추경을 대규모 증액할 경우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적자 국채 발행이 향후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부정적이라며 추경 증액을 반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점차 다가오는 가운데 추경 증액에 대한 우려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3년 9개월 만에 연 2.3%를 돌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