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 끝에 잠든 배우자를 살해한 7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김규동 이희준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72)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작년 7월 2일 오후 3시께 자택에서 낮잠을 자던 아내를 둔기로 내리쳐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도중 아내가 깨어나 저항하자 이씨는 계속 둔기를 휘두르고 목을 조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아내가 자신의 허락 없이 부동산을 사거나 보험을 여럿 가입한 뒤 아들과 며느리에게 보험료를 대신 내라고 요구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여러 차례 말다툼을 벌여왔다. 범행 당일에도 이씨는 아내에게 "아들 돈을 함부로 받으면 안 된다"는 취지로 설득했으나 아내가 반박했고, 이에 격분한 이씨는 몇 시간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범행 직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112에 신고하고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이씨는 재판에서도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나 1심에서 징역 8년의 실형이 선고되자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다툼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곧바로 범행한 것이 아니라 이후 낮잠을 자는 피해자를 가격해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1심이 선고한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존재의 근원"이라며 "살인죄는 인간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행위의 전형으로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를 복구할 수 없어 절대 용인될 수 없으며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극심한 공포심과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느끼며 생을 마감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