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양대 노총이 노동시장 왜곡 …영세사업장 노조 조직률 0.2% 그쳐

툭하면 점거 파업하고 폭력시위
도넘은 불법행위에 국민들 외면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0일 서울 중구의 CJ대한통운 본사에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열고 있다. 성형주 기자

10일 오전 11시 30분께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 200여 명이 서울 중구에 위치한 CJ대한통운 본사에 기습적으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양측이 충돌했다. ‘택배 기사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마련된 사회적 합의를 CJ대한통운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택배노조는 이날까지 45일째 파업 중이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측은 “노조는 이날 불법적인 점거와 집단적 폭력을 행사했다”며 “관련자에 대한 민형사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서울 등 도심에서는 집회를 벌이는 거대 노조와 이를 차단하려는 경찰 간 대치 국면이 이어졌다. 9월에는 현대제철 사업장에서 노조원들의 불법 점거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경기 버스노조는 급기야 11월 수학능력시험일 파업을 전날까지 예고했다가 풀었다. 지난해 노동계의 가장 큰 이슈는 대기업에 다니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 출생)’ 사무직 노동조합의 등장이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구태 노조 운동의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MZ세대 사무직 노조는 기존 제조업 노조처럼 정년 연장을 앞세우지 않고 공정한 성과와 기회를 요구한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기성 노조가 다시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이 같은 기성 노조의 행태에 반감을 느끼고 있다. 노동권 행사는 합법적인 권리라지만 노조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법이나 과격·장기화 양상은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한국노총이 지난해 발표한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 권익 개선 및 조직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이 그대로 드러난다. 김포에 직장을 둔 근로자 243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에서 84%는 ‘노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노조 가입 의사를 묻자 ‘동의한다’는 비율은 74.9%로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노조의 필요성과 가입 의사가 이처럼 차이를 보인 것은 노조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58명을 대상으로 이유(복수 응답)를 물은 결과 ‘노조에 가입해도 임금 인상 효과가 없을 것 같다’가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10명 중 3명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조 가입비를 차등하는 등 구체적으로 의사를 물으면 가입한다는 비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노조는 필요하지만 가입은 꺼리는 현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득권 노조가 노동시장을 이끄는 노동시장의 양극화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조합원은 280만 5000명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 편중돼 있다. 사업장 규모별 조직률을 보면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이 49.2%인 반면 30명 미만과 30~99명은 각각 0.2%, 2.9%에 그쳤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영세 사업장이 노조권에서 배제되면서 기존 노조에 대해 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