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는 불통 병원은 몰라"…'셀프치료' 첫날 대혼란

■재택치료 개편 첫날 대혼란
병의원 등 2528곳 공개했지만
수도권-지방 지역별 편차 심해
집중관리 대상 수시로 바꾸더니
부담금 기준도 5시간만에 변경
시민들 우왕좌왕 속 "살길 찾자"
자가진단키트 구입 발길 줄이어

10일 오후 광주 북구 상시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의료진이 수북이 쌓여 있는 코로나19 검체 보관함 뒤에서 검사 대상자의 검체를 새롭게 채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광주 북구청

“온 가족이 확진됐는데 더 이상 체온계도, 식료품도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건소는 3시간 통화를 시도해도 연결이 되지 않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1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 씨는 보건소의 확진 문자 한 건 외에는 아무런 안내도 받지 못한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A 씨는 “알아서 7일 격리하고 별도 검사 없이 해제하면 된다는데 말 그대로 방치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전국의 재택치료자 17만 명 중 85%에 해당하는 약 15만 명의 일반관리군 확진자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일반관리군은 스스로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최소한의 안내조차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일반관리군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동네 병·의원과 호흡기클리닉,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 중복 포함 2528곳을 공개했다. 하지만 “어느 병·의원에서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당초 안내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지역별로 의료기관의 편차도 심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화 상담·처방이 가능한 병·의원은 경기 677개, 서울 383개 수준이지만 경남은 10개, 세종 6개 등 10개 이하다. 호흡기클리닉 역시 전국에서 70개가 운영 중이지만 17개 시도 중 8개 지역에는 한 곳도 없다. 밤에도 상담이 가능한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는 전국 145곳이지만 서울에는 2곳에 불과하다. 야간 당직을 서는 10여 명의 의료진이 서울 전역의 환자들을 응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반관리군이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단기·외래진료센터도 광주·대구·울산·제주·세종 등에는 없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은 환자들은 물론 의료 현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당초 정부는 이날 병·의원 전화 상담은 건강보험 적용 후 본인부담금은 하루 한 번만 무료로 적용되며 2회부터는 비급여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11세 이하 어린이들은 하루 2회까지 무료로 전화 상담을 허용했다. 하지만 5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오후 ‘1일 2회 이상 진료해도 추가 진찰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다시 전달했다. 정부는 앞서 재택치료 전환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집중관리군 기준을 바꾸기도 했다. 방역 정책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의료진조차 세부 적용안을 정확하게 안내받지 못하고 헷갈려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재택치료센터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서용성 심장내과 교수는 “모니터링이 필요한 고위험군의 기준이 이틀 새 네 번이나 바뀌었고 고위험군 분류에 대한 입장도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다”면서 “오미크론으로 환자가 급증하며 환자 관리 지침이 변경돼야 할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명확한 기준과 설명 없이 강행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정부의 방침이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도 없이 수시로 바뀌는데 각자도생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일반 시민들은 더 이해하기 힘들다 보니 일선 병원으로의 전화 문의가 종일 이어졌다. 서울 강남구에서 재택치료자 관리에 참여하는 병원의 B 원장은 “하루 200여 명의 신속항원 검사자, 700여 명의 재택치료 관리자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치료 체계 개편으로 당장 모니터링해야 할 환자 수는 줄었지만 일반 환자들로부터 어떻게 대응하면 되는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한 확진자는 “보건소는 수십 번 전화를 해도 연결이 안 되니 병원에 전화를 했다”면서 “하지만 병원도 구체적인 검사, 비대면 진료 등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이날부터 일반관리군에 재택치료 키트 지급이 중단되면서 종합감기약·체온계·자가진단키트를 확보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상비약과 필요 물품에 대한 질의가 잇달았고 포털사이트에는 산소 포화도 측정기가 상위 검색어로 등장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C 씨는 “며칠 새 종합감기약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면서 “산소 포화도 측정기 구매에 대한 문의도 있지만 일선 약국에서는 구매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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