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리스트 등 증거 확보하고도…警 '디스커버리' 7개월 늑장수사

장하원 대표 뒤늦게 소환 논란
일반 투자자 피해보전 요원한데
장하성·김상조 '손실 회피' 의혹

/연합뉴스

경찰이 ‘디스커버리자산운영(디스커버리) 2500억 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건’ 수사에 착수한 지 7개월 만에 장하원(64) 대표를 소환 조사하면서 늑장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투자 리스트 등 증거를 확보하고도 반년이 넘어서야 핵심 인물을 불러 조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장 대표의 형인 장하성 주중대사 등 현 정부 요직을 거친 인물들이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철저하고 신속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장 대사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디스커버리 펀드에 각각 60억여 원, 4억 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 윤리를 위반하지 않았고, 공직자 재산 등록 시 투자 내역을 모두 신고했다는 게 이들 입장이다. 장 대사는 펀드 손실을 보전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필요할 경우 추가 소명하고 조사를 받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제는 피해 자금이 꽁꽁 묶여 보전받지 못한 일반 피해자들과 달리 이들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개방형 펀드’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치에 따라 자산이 동결된 이후 지난해 4월 기준 2562억 원의 피해가 여전히 보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 정부 요직에 재직하며 개방형 펀드에 투자한 두 사람이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손실 회피에 나섰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근거로는 지난해 7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디스커버리 사무실 압수 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유력 인사 펀드 투자 명단·금액이 제시되고 있다. 디스커버리가 유력 인사 명단을 따로 작성·관리한 만큼 이들이 손실 회피가 가능하도록 미공개 정보를 주는 등 이른바 ‘특별 조치’를 취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경찰은 이들 증거를 바탕으로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봐주기·늑장 수사라는 비판의 시각이 적지 않다. 경찰이 지난해 7월 ‘투자 리스트’를 확보하고도 7개월이 지나서야 장 대표를 불러 유력 인사들의 투자 경위와 손실 보전 여부를 조사한 탓이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모은 투자금으로 미국 자산운용사인 DLI의 사모 사채를 사들여 수익을 내는 펀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판매됐다. 하지만 DLI가 펀드 운용 과정에서 수익률 등을 허위 보고했다는 이유로 미국 증권거래위의 법정 관리에 들어가자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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